상가 낙찰가 6,000만 원
아파트값 반토막 추락
개발 지연에 상권 침체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의 부동산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 한때 10억 원에 거래되던 아파트가 5억 원대로 떨어지고, 감정가 6억 원이 넘던 상가는 경매에서 6,000만 원대에 낙찰되는 등 가격 하락이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따르면 지난달 시흥 배곧동의 한 근린상가가 6,250만 원에 낙찰됐다. 이 상가는 배곧신도시 중심 상권 외곽에 위치한 오피스텔 1층 점포로, 전용면적 43.5㎡(13평) 규모다. 애초 감정가는 6억 3,700만 원이었으나, 7차례 유찰 끝에 감정가의 약 10% 수준인 가격에 매각됐다.

해당 상가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원소유주는 2019년 초 약 6억 500만 원에 이 상가를 매입했고, 당시 제2금융권에서 4억 원대의 대출도 실행됐다. 그러나 상가는 공실 상태가 이어졌고, 이후 2020년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오프라인 소비가 위축되면서 임차인을 구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가 임의경매를 신청했고, 2025년 3월 8차 경매에서 낙찰자가 나타났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사례는 현재 배곧신도시 상권의 침체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변 상가 대부분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 상태이거나,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배곧처럼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에는 맞벌이 부부가 많고, 이들은 주로 온라인 쇼핑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특성상 지역 상가의 이용률이 낮아, 경매에서 낮은 가격에 낙찰받더라도 임차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시흥시 배곧동 ‘시흥배곧 C1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지난해 말 5억 7,000만 원(6층)에 거래됐다. 이는 2021년 7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0억 원(19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4억 3,000만 원 하락한 가격이다. 해당 단지는 2019년 입주한 준신축 아파트로, 지난해 10월에는 같은 면적이 7억 원에 팔리는 등 일시적인 반등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인근 ‘시흥배곧 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 역시 지난해 12월 6억 원(13층)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인 지난해 11월보다 3,000만 원 하락했다. 2021년에는 10억 원 이상에 거래되던 아파트였다. 또 다른 단지인 ‘한라비발디캠퍼스’는 지난해 12월 5억 1,800만 원(5층)에 손바뀜되며, 불과 한 달 전인 11월 거래 가격보다 5,200만 원 떨어졌다. ‘호반베르디움센트럴파크’도 같은 면적이 지난해 11월 5억 9.800만 원에 거래돼 직전보다 5,200만 원 하락한 바 있다.

이러한 부동산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지역 개발 지연이 지목된다. 배곧동 개업중개사 A 씨는 “대출 규제 등의 영향도 있지만, 개발 호재가 지연되며 기대감이 식어버린 영향이 크다”며 “아파트 가격뿐 아니라 상권까지 침체하면서 지역 경제가 주저앉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흥시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에 진료·연구 융합형 종합병원인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으며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현재는 공사비 재조정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으며, 2029년 개원이 목표다.

배곧신도시와 송도국제도시를 연결하는 해상교량 ‘배곧대교’ 역시 환경단체 반발과 행정소송 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시흥시는 배곧대교 건설을 위해 1,900억 원 이상의 자본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는 2014년부터 추진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이러한 개발사업 지연이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고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낮더라도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상가나 주택 경매 참여 전 수익 구조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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