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으로 내 집 가능
집값 하락 시 공공 분담
임대료 부담은 과제

집값의 10%만 현금으로 준비하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제도가 추진된다. 이른바 ‘지분형 모기지’로, 부족한 자금은 주택담보대출과 함께 공공기관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다.
이 정책은 현금이 넉넉지 않은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이 전세 보증금 수준만으로도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올 6월께 주택 구입 시 공공이 지분 투자 형태로 참여하는 ‘지분형 모기지’ 로드맵을 발표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시세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전체 집값의 10%인 1억 원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 나머지 40%는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하고, 50%는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지분을 투자하는 구조다. 만약 추가로 현금이 있다면, 대출 비중을 낮추거나 공공 지분 투자를 줄일 수 있다.

특히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집값이 하락할 경우 손실 부담은 공동 투자자인 주금공이 맡도록 설계된 것이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개인이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로, 사실상 원금이 보호되는 셈이다. 이런 식의 하락 리스크 분담 방식은 주금공의 다른 정책 상품인 주택연금에도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여유 자금이 생기면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지분을 추가 매입할 수도 있다.
이 정책은 실거주자 중심의 주거 안정을 중시한다. 집값 하락에 대한 위험 부담을 공공이 일정 부분 지는 대신, 실거주 목적의 구매를 장려한다는 취지다. 집값 하락 시 손실은 공공이 부담하고, 반대로 시세차익이 발생하면 이익도 나눠 갖는 구조다.
예를 들어 본인 돈 1억 원, 대출 4억 원으로 지분 50%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시세 차익 2억 원이 났다면 주금공과 1억 원씩 나눠 갖게 된다.

이 제도를 통해 집을 구입할 경우, 주택 가격이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에만 적용될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3억 원, 정책성 대출의 대상 주택이 6억 원인 점을 감안해 기준선은 1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공이 투자한 지분에 대해서는 ‘임대료’ 성격의 비용도 별도로 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이자보다 낮은 연 2%대의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공공 지분 50%에 연 2%의 임대료를 내는 동시에, 주담대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10억 원 집을 1억 원 현금과 4억 원 대출, 5억 원 공공 지분으로 구입할 경우, 대출 이자(연 3.5% 기준)는 연 1,400만 원, 공공 임대료는 연 1,000만 원이 추가로 발생한다. 월평균 약 200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현금 보유액이 많을수록 이 비용은 줄어든다.

지분형 모기지는 과거에도 유사한 정책이 있었다. 주택구입 초기 비용을 낮추기 위해 ‘수익공유형 모기지’나 ‘지분적립형 주택’ 등을 시도했으나 집값 상승기에는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공공과 나눠야 하는 점을 꺼렸다.
하락기에는 일시적으로 관심을 끌었으나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이번에도 흥행 여부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집을 사려는 이유가 시세차익과 실거주 두 가지인데, 이번 정책은 실거주 목적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
공공과 시세차익을 나누는 구조지만, 절대적 수익이 크면 수요는 충분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책이 실제로 인기를 끌지 여부는 양질의 입지, 합리적인 임대료 구조, 그리고 정책 신뢰성에 달려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의 시세차익에 상한선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또,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최소 30년 이상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집값 하락기에는 공공이 손실을 책임지는 만큼, 비수도권 등 시세가 덜 오르는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또, 언제 지분을 추가 취득할지, 언제 매각할지에 따라 공공의 자금이 장기적으로 묶일 수 있다.
재원 부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재로선 주금공이 투자자로 나서지만, 향후 은행이나 리츠 등 민간자본의 참여도 검토 중이다. 만약 지분 투자 상품이 기존 주담대와 경쟁하게 되면, 은행이 금리를 낮추거나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상품을 내놓을 유인도 생길 수 있다.
정부 부처 간 협업도 필수다. 지분투자를 하려면 취득세 완화 같은 세제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분양 주택 공급과 연계하려면 주택 청약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입지 분석 등 전문성 역시 확보해야 하므로 금융당국뿐 아니라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 여러 부처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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