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층 높이 근린시설 통경매 등장
감정가 362억·대출 규모 500억여 원
“공사비·대출 규제로 매수자 찾기 어려워”

한때 유동 인구가 많아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상권이 무너진 가운데 빚을 감당하지 못한 일부 건물주들이 경매 절차를 밟고 있어서 충격이다. 이는 코로나 이전 ‘젊음의 거리’로 불리며 유동 인구가 많은 종로구 도심 한복판에 경매 매물이 줄줄이 등장한 것이다.
이는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 건물주들이 경매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종로 젊음의 거리는 코로나 이후 빠진 상가 공실 문제로 지난해까지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임대료 조정이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면적에 따라 평균 월 1,000만~1,500만 원 사이를 웃도는 시세는 최근 이어진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내수 경기 침체에 유동 인구가 많은 종로구 도심 한복판 상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온 상황이다.

지난 15일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근린상가 경매 진행 건수는 150건으로, 2016년 174건 이후 8년 만에 최다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낙찰률은 2021년 64.3%에서 2022년 51%, 2023년 39%, 2024년 31.3%로 3년째 떨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기준 경매로 넘어온 근린상가 10건 중 3건만 팔린 것이다. 또한, 매각가율은 지난해 평균 77.9%로, 응찰자 수도 3.06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이 중 종각 젊음의 거리에 있는 6층 높이 근린시설이 통째로 지난해 9월 경매에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가는 1층 재즈 라이브바, 2층 소규모 공연장, 3층부터 6층까지는 숙박시설로 운영됐다. 해당 매물의 감정가는 362억 원으로, 건물을 담보로 받은 금융권 대출 규모는 500억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연구원은 “이 정도 규모의 근린시설은 부동산 시장이 활발할 경우 자산운용사나 기관 등이 매입 후 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최근에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워낙 좋지 않고 임대 수익률도 낮다 보니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경매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상가가 통째로 경매에 넘어오는 사례가 많이 늘어나고, 매매 시장에서 쉽게 팔리지 않는 이유는 내수 경기 침체 영향이 큰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어 최근 택배와 배달 등 생활 패턴 변화가 뚜렷해지면서 임대 수익률도 급감하고 있다는 점 역시 통경매 매물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종로에서는 거리 양쪽으로 비어 있거나 문을 닫은 상가들이 연이어 눈에 띄게 찾아볼 수 있었다. 복수의 보도에 따르면 종각 젊음의 거리 일대는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상가가 비어 있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때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던 젊음의 거리는 2016년 맥도널드가 종로 1가에서 28년 동안 운영하던 직영 2호점 영업을 중단한 데 이어, 2022년 KFC 한국 1호점도 38년 만에 문을 닫을 정도로 쇠락했다.

이어 종각지하쇼핑센터 역시 여러 옷 가게와 네일샵 등이 대부분이 철창을 내린 채 영업하지 않거나 가게에 불만 켜진 상태로 비어 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종로 ‘젊음의 거리’를 제외하고도 서울 도심의 공실률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서울 도심 공실률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통계 정보시스템의 지역별 공실률에 따르면 서울 도심 집합 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4분기 전국 집합 상가 공실률은 10.9%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장 관계자들은 상인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높은 임대료와 늘지 않는 내국인 수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지난 9월 종로2가 사거리에 있는 1층 전용면적 99㎡ 매물은 보증금 2억 원·임대료 1,000만 원에 시장에 나왔다. 특히 당시 시세 대비 가장 좋은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 중개업자는 “처음에 월세가 1,400만 원이었다가 너무 비싸 임대 문의가 적자 1,000만 원으로 조정한 가격”이라면서도 “가격을 내려도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배우 송승헌이 지난해 11월 가족 법인 명의로 소유한 서울 종로구 관철동 빌딩을 259억 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지며 빌딩 매입 6년 만에 25억 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일 법원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송승헌은 가족회사인 주식회사 스톰에스컴퍼니 법인 명의로 가지고 있던 종로 젊음의 거리 소재 건물을 259억 5,000만 원에 매각했다. 해당 건물은 1965년에 지어진 것으로,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로 알려졌다. 송승헌은 해당 건물을 스톰에스컴퍼니 이름으로 지난 2018년 235억 원에 매입했다. 당시 약 152억 9,760만 원의 시중은행 근저당권이 설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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