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억 실거래 등장
초고가 거래 급증세
‘똘똘한 한 채’ 집중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50억 원을 웃도는 초고가 아파트 거래는 오히려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실거주 및 자산 보전 목적의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되면서, 한때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분산됐던 투자 흐름이 다시 고급 아파트로 쏠리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에서 이뤄진 50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총 18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3건보다 106건(127.71%)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올해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아파트는 용산구 한남동의 ‘한남더힐’ 전용면적 243㎡로, 지난 3월 175억 원에 손바뀜했다. 해당 주택은 지난 2021년 2월 80억 원에 거래된 뒤 약 4년간 거래가 없었다가, 이번에 직전 거래가보다 95억 원 높은 가격에 팔렸다.

한남더힐은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2011년 옛 단국대학교 부지에 조성한 고급 주거단지로, 지하 2층에서 지상 12층까지 총 32개 동, 600가구 규모로 구성돼 있다. 전용면적은 57㎡부터 240㎡까지 다양하며, 방탄소년단 RM과 지민, 배우 소지섭, 비·김태희 부부 등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한남더힐과 나인원한남,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초고가 단지는 대부분 100억 원을 넘는 가격으로 거래됐다.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44㎡가 지난 3월 158억 원에 거래됐고, 성동구 성수동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2월에 135억 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100억 원 이하, 50억 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주로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초구 반포동에서 이뤄졌다. 반포동에서는 총 60건(33.14%), 압구정동에서는 55건(30.38%)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강남구 대치동(17건), 영등포구 여의도동(12건) 등에서 다수의 고가 거래가 집계됐다.
반포동에서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78㎡가 지난 3월 95억 원에 거래됐다. 인근에 위치한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133㎡도 지난 2월 동일한 가격에 손바뀜했다. 두 단지는 반포 한강 변을 따라 조성돼 있으며, ‘아리팍’이라 불리며 지역 시세를 주도하던 아크로리버파크의 뒤를 래미안원베일리가 이어가는 분위기다.

압구정동에서도 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신현대12차’ 전용 182㎡는 지난 3월 96억 원에 거래됐으며, ‘현대1차’ 전용 196㎡는 지난 2월 95억 원에 손바뀜했다. 압구정은 전통적 부촌 이미지와 함께 현재 총 6개 구역에서 진행 중인 재건축 사업의 기대감이 더해지며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압구정은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이런 분위기가 고가 거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초고가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는 현상에 대해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더욱 강화된 결과라고 진단한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수석연구원은 “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 집중은 소득 격차와 구매력 격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장도 “과거에는 일정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꼬마빌딩 등 수익형 자산에 관심을 보였지만, 최근 들어 집값 상승률이 더 높다는 판단 아래 아파트를 우선 매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오히려 정부가 ‘투자 적격지’로 지정한 지역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고가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목적을 넘어서 희소한 자산, 심지어 수집 대상처럼 여겨지는 흐름은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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