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와의 독점 공급 체계가 흔들려도, 한미반도체는 ‘슈퍼을’이라는 별칭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확장 속에서, 글로벌 수요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이 배경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올해 20조 원 규모 설비 투자 중 상당 부분을 HBM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의 열 압착 장비(TC본더)를 대량 도입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일본·싱가포르·대만 등 주요 거점에서 HBM 생산라인을 확대 중이며, 1월 싱가포르 공장 착공식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이 초청되기도 했다.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도 HBM2 양산에 나서면서 TC본더 수요가 급증 중이다. 실제로 한미반도체의 1분기 해외 고객 비중은 90%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의 가격 갈등이 불거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한화세미텍과 TC본더 계약을 체결, 한미반도체보다 높은 가격에 공급받기로 했다. 업계는 이를 장비 가격 인상 압박에 대한 우회 대응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대당 20억 원 후반대 가격에 TC본더를 공급했지만, 마이크론에는 30억 원대, 중국 기업에는 40억 원대에 납품해 왔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에는 25% 이상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태다.
특히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공간이 포화된 상황에서, 신규 수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한미반도체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도 최근 시장에 떠오르며, 선택지가 더욱 다양해졌다.
한미반도체는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와의 특허소송 이후 거래가 중단됐으나, 최근 관계 복원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사의 가격 결정권이 커진 이례적인 사례”라며 “이번 갈등이 향후 장비 발주와 산업 지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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