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대적 ‘상호 관세’ 부과 발표
“가장 악랄한 무역 남용국” 언급
글로벌 생산 거점 둔 대기업 촉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가운데, 글로벌 생산 거점을 둔 기업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보다 더 심하다”며, “사실상 가장 악랄한 무역 남용국”이라고 언급한 베트남에 46%의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베트남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에 자리잡은 핵심 생산기지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박닌·타이응우옌에 대규모 공장을 운영 중이며, 이 공장들의 월간 최대 생산량은 스마트폰·태블릿 기준 1000만 대에 달한다. 전 세계 삼성 스마트폰 생산량의 약 절반이 베트남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의 계열사도 이 지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인근 하이퐁에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 LG 그룹 계열사들이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진출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액은 2014년 286억 달러에서 2024년 1192억 달러로 10년 새 4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액(557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베트남과의 무역에서 1235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었음에도 불구, 26%라는 비교적 높은 관세를 부과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 등 우방국들이 적보다 무역에서는 더 나쁘다”며,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제조사의 낮은 점유율과 미국산 쌀에 대한 고율 관세를 예로 들며 불공정성을 주장했다.
미국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 환율조작, 수출 보조금 등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에서는 한국이 미국 제조사의 시장 진출을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이 배포한 ‘팩트시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이 인정하는 특정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중복해서 인증을 요구한다”라며, “비상호적인 관행으로 미국의 대 한국 무역적자가 2019년 대비 2024년까지 3배 이상 증가했다”라고 지적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역시 한국 전자·가전 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에서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을, 티후아나에서는 TV를 주력으로 생산 중이다. LG전자는 레이노사에서 TV를, 몬테레이에서 냉장고·세탁기를 각각 생산하고 있다. 이들 생산 거점은 멕시코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 상당수가 미국 수출 물량이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일시 유예해 당장의 큰 타격은 피했지만, 향후 정책 변동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다양한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기업 모두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며, 생산거점 다변화와 생산량 조정 등의 방안을 준비 중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건조기 일부를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고 베트남 등 해외 생산거점 물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스윙 생산 전략’을 통해 한 가지 품목을 여러 거점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방안과 함께 최후의 선택지로 미국 공장 증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다만 LG전자가 관세 위협에도 불구하고 멕시코 생산 기지를 유지하면서 레이노사 공장에 1억 달러를 투자해 TV 생산량을 310만 대에서 700만 대로 127% 증가시킬 계획을 발표해 이목이 쏠린다.

무역 전문가들은 “무역전쟁이나 관세전쟁에서는 아무도 이길 수 없다”고 경고한다. 과거 미중 무역 갈등 때도 물가 상승, 공급망 훼손, 일자리 감소 등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특히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삼성 제품의 약 14%가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여기에 46%의 관세가 부과되면 경쟁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글로벌 진출 기업은 관세로 인한 변동성에 대응해 생산기지 운영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생산 전략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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