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용한 생리대 보여달라더니…이게 과잉 수색이 아니라고요?”

대구본부세관 과잉 수색 논란
“착용 중인 생리대를 보여달라“
마약 탐지 장비 오작동 결론

지난 19일 해외에서 입국한 여성이 세관의 마약 탐지 장비 오작동으로 생리대까지 벗어 몸수색을 받은 일이 뒤늦게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에 과잉 수색 논란이 일자 관세청은 “마약 탐지 장비인 이온스캐너의 경우 물질의 분자 구성이 마약류와 유사하면 모두 양성 반응이 나오는 장비”라고 해명했다.

당초 이온스캐너는 인체나 사물에 묻어있는 입자를 분석해 마약류로 의심되는 분자구조를 탐지하는 장비다. 대구본부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필리핀 세부에서 입국한 A 씨(30대·여)가 대구국제공항으로 입국하다 마약 탐지 장비에서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 씨의 가방 안에 들어있던 전자담배 액상에서 마약 반응 수치가 높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구본부세관 직원은 몸에 부착하는 물건을 파악하는 기계인 ‘밀리미터파 스캐너’로 검사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착용 중인 생리대를 벗어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밀리미터파 스캐너’는 전자파 방사선의 형태를 이용해 사람의 옷 속에 숨어 있는 물체를 검출하기 위해 사용되는 전신 이미징 장치를 말한다. 이에 무리한 요구라고 주장한 A 씨가 거부하자 세관 직원은 “조사 불응 시 검찰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해 A 씨는 하는 수 없이 별도의 사무실로 이동해 생리대를 벗어 보여줘야 했다.

이후 20여 분간의 조사 끝에 마약으로 의심할 만한 소지품이 나오지 않다 세관 측은 A 씨를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A 씨는 5일간 하혈을 할 만큼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관세청은 “마약류로 의심되는 분자구조가 탐지되어 실제로 마약을 은닉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것이다. 이를 마약 탐지 장비의 오류로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세관 측은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를 통한 추가 검사 과정에서 신체 외 부착물이 확인됨에 따라 해당 부착물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이는 최근 신체에 부착해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A 씨가 “몸수색 동의서를 수색이 끝난 후 가져 왔다”며 “수치심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고 주장하며 과잉 수색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복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 세관의 과잉 수색 논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네티즌들은 양성반응에 따른 정밀수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다수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당하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과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또 다른 네티즌은 “생리대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큰 문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무 죄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과잉이라고 볼 수 밖에”라거나 “과잉이라 보기 어려울 순 있으나 대처는 아쉽다”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편, 이보다 앞서 공항 측의 과잉 수색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이는 관세청이 대한항공 승무원들을 상대로 수년 전 해외 구입 물품에 대한 납세 내역 증빙까지 요구한 것이다. 특히 운항, 객실 승무원에 대한 통관 조사는 세관의 통상적인 업무지만 과거 구입 물품에 대한 납세 증빙까지 요구한 첫 사례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항공업계와 인천본부세관 등에 따르면 인천세관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조직적 관세 포탈 의혹이 제기된 직후부터 대한항공 운항, 객실 승무원에 대한 면세 통관 검사를 강화한 바 있다. 이에 특정 비행편 탑승 승무원 전원을 대상으로 입국 시 휴대수화물(핸드캐리)에 대한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해 면세범위 초과 물품이나 반입 제한 물품이 있는지 단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유럽과 싱가포르, 일본 등 면세품 쇼핑이 많은 노선에 집중해 불시 전수검사를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관세청이 과거 구입 내용에 대한 납세 증빙까지 요구하고 나서면서 과잉 조사 논란으로 번졌다. 실제로 세관은 싱가포르발 항공편에 탑승했던 대한항공 승무원 모두에게 짐 수색을 벌이며 착용하고 있던 아이워치의 과거 구입, 통관 경위와 세금 납입 사실 증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승무원들에 대한 불시 단속은 통상적이지만 수년 전에 구입한 물품에 대한 납세증명까지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져 과잉 수색 논란이 번졌다.

당시 증명을 요구받은 승무원은 “몇 년 전에 구입한 면세품에 대해 세금 납부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총수 일가의 밀수, 관세 포탈을 세관 측이 방조 또는 묵인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한항공 내부 직원들에 대한 관세청의 보복성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인천 본부 세관 관계자는 “총수 일가 무관세 통관 의혹 보도 직후 항공사들에 대한 통관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