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사망한 현대차 울산공장 연구원 3명, 도대체 무슨 일이?

현대차 울산공장 질식 사고
복합 환경 챔버 차량 테스트
중대재해법위반 여부 조사

지난 19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질식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대차 측은 차량 테스트 과정에서 배기가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울산경찰청과 현대차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쯤 북구 양정동 현대차 울산공장 전동화 품질사업부 복합 환경 챔버 차량의 주행 테스트를 하던 연구원 3명이 실험실 내부에서 질식된 상태로 발견됐다는 112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인해 현대차 남양연구소 책임연구원인 40대 남성 1명과 30대 남성 1명, 협력업체 소속 연구원 1명 등 3명이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 3명은 모두 현대차 전동화 품질사업부의 ‘복합 환경시험챔버 차량 테스트’ 도중 질식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낮 12시 50분경 실험실에서 주행 시험을 했고, 테스트에 드는 통상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오지 않아 확인 결과 질식해 있었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가 발생한 복합 환경 챔버 차량 테스트는 온도, 습도, 진동 등이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차량의 주행 성능을 시험하는 절차로 확인됐다.

이어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망한 이들은 실험 차량인 GV80 모델의 운전석과 조수석, 뒷좌석에서 발견됐다. 이어 발견 당시 실험 차량 창문과 문은 모두 닫힌 상태였고, 차창을 부수고 문을 연 뒤 이들을 구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현대차와 노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차량의 각종 성능 테스트가 진행되는 곳으로, 차량이 한 대 들어갈 수 있는 규모로 전해졌다. 이어 사고 당시 이들은 차량의 주행 테스트와 아이들링(공회전) 테스트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좁고 밀폐된 주행 실험실에서 배기가스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이들이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와 경찰은 사고 당시 배기가스를 바깥으로 빼주는 장치가 작동을 안 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현대차 울산공장은 상시근로자가 5인 이상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적용 대상에 속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현장에 근로감독관을 파견해 작업을 중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산업안전보건법의 시행규칙인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에게 질식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 작업에 대한 사업주의 보건 조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향후 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밀폐공간 내 질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유해·위험 요인 파악·관리 방안을 마련해 작업 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하게 하는 한편, 환기시설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밀폐공간 외부에 작업 상황을 감시할 수 있는 감시인을 배치하고, 작업장과 감시인 사이 연락을 취할 수 있는 설비를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즉, 사고로 숨진 노동자들이 숨진 장소가 ‘밀폐공간’에 해당하는지, 현대차가 밀폐공간에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조처를 제대로 수행했는지가 향후 노동부의 감독·수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현대차에서 발생한 세 번째 사망사고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22년 전북 전주공장에서 차량에 깔려 숨진 사고는 불기소 처분됐고, 지난해 7월 울산공장에서 노동자가 기계에 끼인 사고에 대해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현대차는 입장문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 원인을 조속히 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또 앞으로 이런 안타까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