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됐는데 대사관이 외면하면 누가 구해주나요?”에 외교부 대답

캄보디아 한국 대사관 논란
불법 리딩방 사기 조직 감금
“적극적 응대 못 해 아쉬워”

최근 KBS가 캄보디아 내 리딩방 조직을 추적하고 있던 가운데, 해당 범죄 조직에 납치를 당한 한국인이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현지 경찰에게 신고하라는 안내만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0일 KBS는 이런 보도를 전하며 자영업을 하는 40대 A 씨는 지난 6월 캄보디아에 갔다가 리딩방(주식 종목을 추천하거나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각종 인터넷 대화방) 사기 조직에 감금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는 현지 투자업체에서 계좌 간 이체 한도가 큰 법인 통장을 빌려주면 수수료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확인차 캄보디아를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현지 투자업체라던 곳은 중국인 총책이 운영하는 리딩방 조직으로 확인됐으며, 범죄임을 직감한 A 씨가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시도했으나 리딩방 조직원들이 총을 들이대며 위협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 씨는 휴대전화와 여권을 뺏기고 감금됐지만 몰래 숨겨온 휴대전화가 있어 대사관에 구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사관 측 직원은 도움을 요청하는 A 씨에게 ‘현지 경찰에게 직접 신고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져서 충격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대사관 측이) 구글로 번역해서 그걸(신고를) 하라고 했다”며 “걔네가 다 감시하고 있는데 그걸 그 앞에서 내가 신고하고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측에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A 씨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건물 6층에서 4층 발코니로 뛰어내려 일주일 만에 극적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출에 성공한 A 씨는 곧바로 한국 대사관을 찾았으나 이번엔 근무가 시작된 뒤 들어오라는 답변을 받아 대사관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까지 쓰레기 사이에 숨어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KBS의 보도 직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31일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하루 뒤인 지난 1일 KBS 1TV 생방송 일요 진단에 출연해 “보도를 보고 바로 담당 국장에게 연락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며 “사실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 측은 2일 언론 공지를 통해 “외교부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 일부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취업 사기와 관련해, 피해 위험성을 국내 언론 및 외교부 해외 안전 여행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국민에게 알리는 노력을 계속 경주해 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언론에 보도된 캄보디아 리딩방 사건에 대한 주캄보디아 대사관의 초동대응은 사안의 긴급성에 비추어 우리 국민 입장에서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다만, “위급한 상황에 부닥친 우리 국민의 전화를 받은 담당 직원이 좀 더 적극적인 응대를 취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연락 직후 바로 출근해 우리 국민 면담 후 긴급 여권 발급을 지원했고 우리 국민은 다음 날 항공편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다”고 전하며 후속 조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납치, 감금 등 위급한 상황의 경우 더 적극적인 영사 조력이 제공될 수 있도록 재외공관은 물론, 외교부 본부도 재외국민 보호 조치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감의 뜻을 전한 외교부 측의 공식 입장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외교부 측의 ‘아쉽다’라는 입장 발표가 전해지자 ‘자국민이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다는 말로 사태를 축소하려는 외교부 측의 입장에 기가 막힌다’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 네티즌은 외교부를 향해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네요. 재외공관이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망각한 중요한 업무 태만이자, 주재 외교관으로서 아주 무책임한 행태가 아닌가요? 외교부는 당장 깊이 사과하고, 해당 관계자는 엄중히 문책하여야 하며, 이런 후진적인 사례가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재외 공관에 대한 업무 기강을 더욱 강화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쉽다고 캄보디아 대사를 당장 파면시켜라. 자국민이 납치되어 신고해도 보호는커녕 오히려 내팽개쳤으며 대사관과 영사관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세금으로 외국에 나가 여행 다니라고 있는 것이냐.”라는 댓글이 달리며 외교부 측의 입장 발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