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축구 40억, 최태원 핸드볼 434억, 정의선 양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규 40억·최태원 434억
약 500억 수준의 투자

최근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연패를 거두어들이며 양궁 종목 세계 최정상 자리를 또 한 번 지켜내 화제다. 특히 이번 양궁 선수들의 놀라운 기록과 더불어 선수들의 기량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기반으로 알려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겸 대한양궁협회 회장에게 이목이 쏠린다.

당초 한국의 체육 산업을 이야기할 때는 대기업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이는 각종 프로팀의 이름에 기업 이름이 들어갈뿐더러 대기업 총수들이 전통적으로 각종 체육 협회장을 역임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2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에 큰 공을 세웠다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대기업 오너로서 체육협회장을 맡은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졌다. 이어 정몽준 이사장의 뒤를 이어 현재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맡은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최근 각종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이는 정몽준 이사장이 이뤄낸 월드컵 4강 신화가 워낙 뛰어난 업적이기도 하고 그가 많은 사재와 노력을 들여 축구협회를 이끌어왔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어 정몽규 회장은 지난 2018년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40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정몽규 회장은 당시 찬조금이 새로 선임되는 국가대표팀 감독의 연봉을 지원하고, 유소년 축구를 활성화하는 데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실제로 정몽규 회장이 출연한 사재는 약 3,000만 원 수준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한축구협회의 공시에 따르면 이는 정몽규 회장 개인 돈이 아닌 주식회사 HDC 현대산업개발에서 나온 ‘법인’ 출연금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어 정몽규 현 HDC 회장이 2022년까지 오너로 몸담았던 HDC 현대산업개발은 2014년 5억 원, 2017년 10억 원, 2018년 20억 원, 2019년 20억 원 등 55억 원가량을 출연한 사실이 확인됐다. 엄밀히 말해서 법인 돈을 제외하면 정몽규 회장의 사재 출연은 3,000만 원 수준으로 판단된다.

최근 반도체 산업이 부흥하며 호재를 맞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스포츠협회의 회장직을 달았다. 그는 대한핸드볼협회의 회장을 맡아 434억 원 규모의 핸드볼 전용 구장을 설립해 국민체육진흥공단에 기부한 바 있다. 특히 이는 국내 기업이 대규모 스포츠 시설을 조성해 사회에 기부하는 첫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이 기부한 경기장의 경우 옛 올림픽 펜싱 경기장을 리모델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 5월에는 단체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워커힐 호텔로 초청해 만찬 시간을 가지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8년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최태원 회장은 매년 협회에 후원하는 금액이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의 경우 지난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20여 년간 300억 원을 후원하며 펜싱 강국으로 도약하는 길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이어 현지 시각으로 28일 10연패의 쾌거를 거머쥔 양궁의 경우 현대가가 맡아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13년 동안 재직하기도 했는데, 이후 다른 협회장이 잠시 이끌어 오다 2005년부터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다시 양궁협회장을 역임해 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양궁협회가 설립될 당시부터 지금까지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몽구 명예회장이 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40년째 단일 종목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의 지원 원칙은 ‘공정성과 투명성만 볼 뿐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로 알려지며 양궁계에서 파벌 싸움은 물론 불합리한 관행, 불공정한 선수 발탁 문제가 한 번도 제기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동안 양궁협회에 직접 지원한 금액만 약 5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현지 경기장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선수들이 익숙해지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물론 스포츠 심리 전문가,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등을 선수들에게 지원해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지원 대상을 메달권 선수에게만 국한하지 않는데, 이를 위해 국내 최대 규모 양궁대회로 알려진 ‘현대자동차 정몽구 배 한국 양궁대회’를 신설하고 동시에 생활체육 대회 및 동호인 대회를 창설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