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호중 막는다”…한국형 위드마크 개발 中, 뭐길래?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
국과수 올해 안에 도입
핵심 증거 인정 못 받아

최근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서울 강남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9일 김호중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사고 후 미조치 등의 혐의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호중은 이후 해당 사건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 치밀하게 범죄를 은폐하려 했던 정황까지 포착되며 24일 구속 영장 심사를 받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호중은 사고 현장을 벗어나며 음주 측정을 회피하는 꼼수를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김호중은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고 나서 음주 검사를 받았으며, 이에 따라 김호중이 음주 운전을 시인했다고는 하나 사고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불가한 상황이다. 김호중과 같은 음주단속 꼼수를 부리는 이들을 막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해결 방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가 개발 중인 방식은 한국형 위드마크로. 시간대별 혈중알코올농도 계산식인 위드마크 공식을 한국인의 특성에 맞게 재조정한 것이다. 국과수 측은 한국형 위드마크를 연내 정식으로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며, 최근 문제가 되는 김호중처럼 음주 측정을 회피하는 꼼수 운전자에 대한 처벌 역시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형 위드마크의 개발은 현재 개발 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경찰 당국은 음주 운전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김호중에게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 시간의 알코올 농도를 추정할 수 있는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의 음주 정도를 곧바로 측정할 수 없을 때 수사기관이 단속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방식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한국형 새 위드마크 계산식에 개인별 나이·체중·키 등 개인별 상수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위드마크의 계산식에 남·여 성별 상수만 적용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상수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어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인 평균 0.015%에 대해서도 수정된 범위를 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과수가 공식적인 위드마크가 아닌 한국형 위드마크를 개발 중인 것은 이 위드마크 공식이 스웨덴에서 개발됐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위드마크 공식이 개발된 연도는 1931년으로 약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면 정확한 분석에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국과수의 한 연구원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 데이터와 국내외 연구 결과를 검토해 새로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한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지침서’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위드마크는 스웨덴의 생리학자로 알려진 에릭 마테오 포르셰 위드마크가 음주 이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지난 1931년 개발됐다. 스웨덴에서 개발된 이 공식은 서양인을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서양인과 골격부터 다른 한국인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국과수의 한국형 위드마크 공식의 개발 이전 한국 사법부 역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위드마크 공식으로 추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핵심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발생한 크림빵 뺑소니 사건, 지난 2016년 방송인 이창명 씨 음주 운전 사건 당시 수사기관이 위드마크로 구한 혈중알코올농도를 공소장에 넣었지만, 법원은 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기존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시점과 양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더불어 공식을 적용해 알코올 농도를 추측한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다르고 술을 마실 때 물을 얼마나 섭취했는지, 화장실은 얼마나 자주 갔는지 등 변수가 다양하다보니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음주 운전 판결이 진행되는 형사재판의 특성상 혈중알코올농도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산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음주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편, 한국형 위드마크가 도입되면 증거 능력 시비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음주 측정을 고의로 회피하는 얌체 운전자 역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호중의 경우 향후 경찰 수사의 방향이 사건 당일 음주량이 얼마나 되는지에 초점을 둘 것으로 보이며 이 음주량을 특정해 음주 운전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현행법상 음주 운전 혐의를 입증하려면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 밝혀져야 음주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이에 경찰 측은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할지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인에 특화된 산식이 나오면 위드마크 추정치의 적합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히며 “음주 후 운전자의 걸음걸이 등 여러 정황까지 합치면 위드마크 공식이 법정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여실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