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 샤넬이 1910년 창립
모자가게 ‘샤넬모드’가 시초
실용성 있는 디자인으로 사랑받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배우가 있다. 그는 가히 당대의 유행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지금까지도 그 이름이 언급될 정도로 대중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할리우드의 황금기라고 불리는 1950년대~1960년대 초에 배우이자 가수, 모델 등으로 활동했던 그는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바로 배우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이다. 그녀를 설명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 한 가지 존재한다. 그녀의 잠옷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 5’다.
1960년 마리끌레르와의 인터뷰에서 마릴린 먼로는 “사람들은 내게 이런 질문을 해요. ‘침대에서 뭘 입나요? 파자마를 입나요? 아니면 나이트가운을 입나요?’ 그래서 대답했죠. 샤넬 넘버 5(라고요)”라며 해당 향수를 언급했다. 이 언급으로 넘버 5는 향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샤넬은 향수뿐만 아니라 패션에서도 여성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지난해 명품 플랫폼 발란이 공개한 ‘2024년 상반기 명품 상품 톱20’ 순위에 따르면, 여성이 선호하는 명품 1위는 샤넬이었다. 구찌가 2위, 셀린느가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영국 마케팅 리서칭 기업 칸타그룹이 조사한 ‘2025 프랑스 50대 브랜드 순위’에서 샤넬은 루이비통과 에르메스에 이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렇듯 자국인 프랑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금의 샤넬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샤넬을 설립한 가브리엘 샤넬은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살았다. 그녀는 1883년 프랑스 남서부 오벨뉴 지방의 소뮈르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2살에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며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아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서 생활했다.
가브리엘 샤넬은 거기서 직업 교육의 일환으로 바느질을 배우게 됐는데, 이때 습득한 기술이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게 된다. 그녀는 나이가 차 더는 보육원 생활을 할 수 없게 되자 당대 유행하던 카바레에서 가수 생활을 하며 수입을 벌어들였다. 그러던 중 그곳에서 명문 재력가인 에티엔 발상을 만나 본격적으로 패션계에 발을 들였다.
1910년, 그녀는 교제 중이던 발상의 도움으로 마르젤브 거리 160번지에 ‘샤넬모드’라는 이름의 모자가게를 차렸다. 이 가게가 바로 샤넬의 시초가 됐다. 극장 여배우였던 가브리엘 도지앗이 샤넬의 모자를 착용한 것을 계기로 샤넬모드가 성행하면서 그녀는 점차 영역을 넓혀 갔다.
1913년 도빌에 2호점을, 1915년에는 메종 드 꾸뛰르를 오픈한 샤넬은 1916년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1921년에는 동업자이자 조향사였던 에르네스트 보와 함께 샤넬의 첫 번째 향수 ‘No.5(넘버 파이브)’를 출시하기도 했다.
샤넬의 패션이 여성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은 당대 시대상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샤넬의 패션 철학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참여가 늘어나며 여성들은 코르셋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복식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다. 샤넬의 옷은 이러한 여성들의 니즈를 충족시켰다.
샤넬은 ‘옷의 기능’에 주목했다. 남성의 속옷용으로 사용되던 저지 소재를 활용해 의상을 제작했고, 의상에 주머니를 달아 여성들의 손을 자유롭게 했다. 그녀가 디자인한 의상 중 가장 유명한 ‘리틀 블랙 드레스’ 또한 이러한 실용성이 기반이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대전에서 많은 군인들이 전사해 미망인이 늘어 까만 드레스를 입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당시 여성들의 드레스는 바닥에 끌릴 만큼 긴 기장이 유행이었는데, 이를 과감하게 쳐냈다. 샤넬이 창조한 이 드레스는 하나의 규격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샤넬의 전성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한 남자와의 사랑으로 인해 잠시 위기를 맞게 된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하는 동안 샤넬이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샤넬은 조국의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다. 이후에는 나치 독일의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소문도 나돌면서 결국 스위스로 망명을 가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샤넬 창업주는 15년의 공백을 겪고 1954년 일흔한 살의 나이에 다시금 경영에 복귀했다. 샤넬은 이후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샤넬에 이러한 영광을 안겨 준 국가는 프랑스가 아닌 미국이었다.
샤넬이 평소 추구하던 미니멀리즘 철학이 당시 미국의 실용주의 노선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샤넬의 옷은 당대 할리우드 스타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으며 고급 의류 상점에서도 샤넬 옷을 대량 주문할 정도로 유행의 중심이 됐다.
1971년 샤넬은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가슴이 답답하다며 문을 열라고 가정부에게 말한 것이 그녀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녀의 죽음 이후 브랜드 샤넬은 침체기를 걸었지만, 독일 출신의 칼 라거펠트가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것을 계기로 부활해 지금까지 그 명성이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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