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삼성전자 역사상 최악의 위기…외신 반응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주가 30% 하락
“가장 혹독한 시험 치러”
포춘 선정 ‘기업가 100인’

현지 시각으로 지난 2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사를 이끈 지 10년이 지난 가운데 경영 능력을 두고 가장 혹독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고 보도한 가운데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100인’에 국내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FT는 이재용 회장이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문제로 경영 쇄신에 돌입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이는 삼성이 세계 최대 메모리 칩 제조업체이지만 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AI 부상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 데다 이후에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어 FT는 삼성전자를 향한 근로자와 투자자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7월 삼성전자 최대 노조는 창립 이래 첫 파업에 나섰고, 삼성전자의 주가는 올해 들어 30% 넘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려는 방안으로 지난주 삼성전자가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주가 내림세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FT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와 무역 갈등 가능성은 반도체 수출과 삼성전자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FT의 보도에 따르면 박주근 리더스 인덱스 대표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한국의 위기이기도 하다”고 말했고,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이 회장의 신중한 경영 방식을 거론하며 “현대·LG 3세들과 달리 크거나 대담한 의사 결정을 보인 적이 없다”라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FT는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이 1993년 임직원들에게 남긴 “부인과 자식을 제외한 모든 걸 바꿔라.”라는 유명한 말을 소개하며, 당시 삼성 직원들이 불량 휴대전화 15만 대를 불에 태운 일 등 품질 개선을 위한, 이 선대 회장의 의지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삼성전자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전광우 전 이사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이 회장의 경영활동은 법적 문제로 인해 제약받았다”라며 대담한 결정을 내릴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평가한 사실을 전했다.

FT의 보도에 이어 삼성전자 측은 “삼성은 가전제품과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해 온 동시에 바이오 및 자동차 부품 등 새로운 사업 분야를 성공적으로 다각화했다”라며 “(이 회장은) 다각화된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비전을 제공하고,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간소화하는 등 이러한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에 사상 초유의 위기가 닥쳤다는 평가가 국내외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견고한 입지를 지키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미국의 유력 경제 전문지 ‘포춘’(Fortune)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 100인’에 국내 총수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재용 회장은 85위에 이름을 올렸다. 앞서 포춘은 중단기 매출과 이익성장률 등 경영 성과와 비즈니스 건전성, 혁신성, 사회적 영향력 등을 종합 평가해 40개 산업 분야에서 리더 100인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포춘은 “삼성전자 회장이자 한국 최고 갑부로, 할아버지가 창업한 삼성에서 아버지 이건희 선대 회장의 뒤를 잇기 위해 오랜 기간 교육받고 훈련받았다”면서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혼수상태에 빠진 2014년부터 그룹의 실질적인 리더로 활동해 왔다”고 이재용 회장을 소개했다.

이어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삼성에 대해서는 “삼성은 전 세계 최고의 메모리칩 제조업체지만 가장 핫한 시장(HBM)에서 경쟁사들에 뒤처졌다”며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경쟁사인 TSMC에 자리를 내줬다”고 밝혔다. 다만 포춘은 “올해 주가는 하락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는 2017년 이래로 2배 상승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둘러싼 국내외 위기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의 AI(인공지능) 메모리칩 납품 승인을 위해 작업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하락세를 기록해 왔던 삼성전자가 장 초반 상승세를 보인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기준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86% 상승한 5만 7,60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현지 시각으로 지난 23일 불룸버그 통신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홍콩 과학기술대 명예 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로부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 8단과 12단 모두 납품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따른 주가 상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