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신세계 1분기 실적
이마트 8년 만에 최고 실적
신세계백화점 수익성 하락
이마트가 8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보였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 내에서 계열 분리 작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두 계열사의 희비가 뚜렷하게 갈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분기 매출 7조 2,189억 원, 영업이익 1,593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38.2% 증가했다. 순이익도 836억 원으로 184.6% 상승해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 이는 이마트가 분기 기준 연결 실적에서 8년 만에 거둔 최대치로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의 본업 강화 전략이 주효한 결과로 분석된다. 지난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한 정용진 회장은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성장과 기존 점포 리뉴얼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 1분기 문을 연 마곡점은 전국 트레이더스 매출 1위를 기록해 주목받았다. 스타필드 마켓 죽전점 등 미래형 이마트 매장들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스타필드 마켓은 신세계프라퍼티와 이마트가 협력해 운영하는 점포로 신세계프라퍼티의 경험과 스타필드의 체험형 매장 콘셉트가 접목됐다.
이에 반해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는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 6,658억 원으로 3.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323억 원으로 18.8% 감소했다. 특히 백화점 부문은 매출 6,590억 원, 영업이익 1,079억 원으로 각각 0.8%, 5.1% 줄었다.
정유경 회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유치와 VVIP 마케팅 강화, 오프라인 서비스 고급화 전략을 지속하고 있으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신세계 본점의 ‘헤리티지 리뉴얼’은 샤넬, 에르메스, 디올 등 명품 브랜드 재배치와 VIP 라운지, 아트 콜라보 공간 신설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고급화 전략이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수익성 회복에 충분하지 않은 상태다.
패션·뷰티 부문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5%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고소득층 소비가 둔화한 가운데 백화점 업태의 구조적 성장 한계가 겹쳐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신세계의 수익성 악화는 점포 리뉴얼에 따른 투자비 증가도 한 원인이다. 감가상각비와 시설 투자비가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면세점 사업 회복세 둔화도 부담이다. 중국 소비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 면세점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외국인 관광객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이러한 실적은 신세계그룹이 계열 분리를 추진하는 와중에 나온 결과다. 지난해 10월 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를 공식적으로 분리한다고 발표하며 남매 경영에서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을 알렸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 2월 모친 이명희 총괄회장으로부터 이마트 지분 10%를 사들였고 정유경 회장도 이달 말 ㈜신세계 지분 10.21%를 증여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이미 각자 경영에 집중하는 체제가 자리 잡았다. 이에 두 회장은 향후 경영 성과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마트가 주력 사업에서 회복세를 보인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기존의 시너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계열사별 전략 차별화가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은 단기 수익성 악화에도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추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정유경 회장이 가장 힘쓴 ‘지속 가능한 신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신세계백화점은 핵심 점포 리노베이션을 통한 브랜드 가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달 초 정 회장은 모친으로부터 ㈜신세계 남은 지분 10.21%를 넘겨받아 책임경영 의지를 공고히 했다.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대표는 전국 지점의 대규모 리노베이션 계획을 밝히며 신규 출점과 투자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와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올해 ㈜신세계는 강남점 신세계 마켓과 센텀시티점 하이퍼그라운드 확장, 청담점 프로젝트, 하우스오브신세계 브랜딩,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 등 신규 공간을 선보이며 고객 유치와 매출 증가를 목표로 한다.
또한 신세계는 향후 개발 계획과 중장기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제시하며 자사주 소각 등 기업 가치 제고 방안도 내놓았다. 2030년까지 연결 매출 10조 원 달성과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삼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위기 상황일수록 투자가 중요하다며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장기 관점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강화해 초격차 리테일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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