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등기 불가
학원도 영업 제약
‘준강남’ 흑석 불안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흑석자이가 입주 3년 차에도 여전히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교육청과의 기부채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입주민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조차 할 수 없고, 상가 입점 업체들 또한 영업에 제약을 받고 있다.
흑석자이(흑석3구역 재개발)는 지난 2023년 2월, 1,772가구 규모로 임시사용승인을 받고 입주가 시작됐다. 흑석자이가 아직까지 준공승인을 받지 못한 배경에는, 흑석9구역(‘디에이치 켄트로나인’)과 접한 초등학교 및 유치원 부지 내 2차선 도로 정비 공사와 관련된 공사비 규모를 놓고 조율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더불어 이미 완료된 대형 하수관로 공사의 정밀점검, 주변 지역의 교통영향평가 문제까지 겹치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상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3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서울특별시동작관악교육지원청으로부터, 인근 학교 부지에 대한 기부채납 이행을 보장하는 이행보증증권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조합과 교육청은 단지와 맞닿은 초등학교 및 유치원 부지 내 도로 정비 공사에 대한 공사비를 학교발전기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교육청은 조합 측에 준공 승인 전 공사비에 대한 선입금을 요구하고 나섰다.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시 위약금을 물어내는 보증증권을 발급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반면 조합 측은 ‘선 준공승인 후 기부채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준공승인이 이뤄져야 구청으로부터 입주 당시 납부한 예치금을 돌려받아 공사비를 지급할 수 있다”며 “조합 대의원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는 즉시 입금하겠으니 먼저 동의를 해달라는 입장을 교육청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청 측은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이에 입주민들의 불만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시의회 중재로 한 차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믿었던 입주민들은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준공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주택 소유권 이전등기가 불가능하고, 이에 따라 대출, 매매, 증여 등 재산권 행사가 전면 제한된다.
준공승인은 건축 공사가 설계대로 완료되었고,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행정기관으로부터 확인받는 절차다. 준공승인이 없으면 다음 단계인 이전고시와 소유권보존등기를 진행할 수 없다. 이는 입주민들에게 법적 소유권이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의미로, 재산권 보호에 심각한 공백이 발생하는 셈이다.
문제는 입주민들뿐 아니라 상가 입점 업체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흑석자이 단지 내 상가는 특히 학원가로 형성돼 지역 내 교육 인프라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준공승인 지연으로 사실상 ‘불법 영업’ 상태에 놓여 있다.
교육청 단속반은 준공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라며 영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교육청 단속반이 상가 내 학원 운영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자이는 흑석동을 대표하는 대장아파트인 만큼, 관련 인프라가 안정돼야 인근 시세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흑석동은 강남, 여의도, 도심 등 3대 업무지구와 인접한 입지로 인해 ‘준강남’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높은 기대를 받아온 지역이다. 특히 지난 3월 정부가 강남3구와 용산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흑석동이 대체 투자처로 부각되며 수요가 몰리고 있다.
흑석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흑석은 강남과 용산 사이에 위치해 교통 여건이 뛰어나고,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아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흑석으로 옮기려는 30~40대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에 따르면, 동작구는 3월 셋째 주부터 4월 초까지 4주 연속으로 매매가격지수가 상승세를 보였으며, 강남3구 외곽 지역 가운데 가장 뚜렷한 오름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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