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제재 들어간다는 농협, 갑질과 횡령 사고 규모 남달랐다

농협, 관리 책임 강화 방안 마련
자금 및 업무 지원 제한
최근 잦은 금융사고로 공신력 추락

최근 농협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다수 발생해 농협의 이미지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에 농협중앙회가 강력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 7일 농협중앙회는 범농협 차원의 관리 책임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공신력을 실추시킨 농협, 축협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제한하고 예산·보조·표창 등의 업무 지원을 제한하기로 했다.

점포 설치 지원도 제한하며, 사고 행위자에 대해서는 즉각 감사를 진행하고 무관용 원칙에 의해 처벌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가 이렇게 쇄신에 나선 건 실제로 농협에서 금융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8월까지 농축협과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는 총 264건으로, 이 기간 전체 횡령 규모는 약 549억원이다.

최근 규모가 큰 사고로는 ‘109억원 배임’ 사고가 있다. 충북의 한 농협은행 영업점에서 중소기업 대출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A씨가 부동산 가치를 부풀려 실제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한 혐의를 확인했다. 업무상 배임 규모는 4년 8개월 동안 109억원에 달한다.

다른 지점 직원 B씨는 국내 금융업무가 익숙하지 않은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 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하는 도덕적 해이 사건을 저지르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북 순정축협 조합장 고씨는 ‘갑질’을 일으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식당 직원들에게 장시간 폭언을 내뱉고 손찌검을 했다. 과거엔 조합장인 자신의 주소를 모른다는 이유로 노래방에서 맥주병을 깨뜨리고 사표를 쓰라며 한 여성 직원을 협박하기도 했다.

순정축협을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조사한 결과 폭행과 폭언 외에도 성희롱, 부당노동행위, 2억 600만원의 임금 체불도 적발됐다.

이에 농협중앙회는 지난 3월 고씨에 대한 ‘해임 요구안’을 의결해 순정축협에 송부했다.

경남 남해축협 조합장 C씨도 욕설과 폭행, 성희롱 등을 일삼은 혐의로 지난달에 구속기소되어 수사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마저 농협을 노리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농헙 지배구조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는 경우 개선토록 지도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렇다고 특별검사는 아니고, 금감원은 주요 대형은행에 대해 2년마다 정기검사를 실시하는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은 2022년 5월 정기검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검사 주기가 돌아왔다는 설명이다.

다만 농협이 자꾸 불미스러운 사고를 겪는 건 내부통제 취약점이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배임사고보다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에 대해 더 세심하게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