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 법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치 활동과 북한의 간첩 지령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소추와 입법 활동, 정부 예산 삭감 등을 문제 삼으며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지면서 피고인 신문이 예상보다 지연되자 재판부가 직접 신문 속도를 조절해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2-1부는 22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 공판을 열고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언급했던 ‘반국가 세력’의 의미와 야당의 정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변호인단은 북한의 대남 지령과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을 비교하는 자료를 제시하며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확인했다.

김계리 변호사는 북한이 과거 국내 간첩 조직에 전달했다는 지령을 다룬 언론 보도들을 차례로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활동과 반정부 집회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변호인 측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일부 시민·노동단체의 활동이 이 같은 지령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주요 정책도 비교 대상으로 거론됐다. 김 변호사는 검찰개혁과 국가보안법 폐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등 정치적 쟁점이 북한의 지령 내용과 겹친다는 취지로 질문했다. 다만 이러한 정책적 유사성이 민주당과 북한 사이의 실제 연계를 입증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이날 제시된 내용은 윤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김 변호사가 북한의 지령과 민주당의 정치적 행보 사이에 연결 가능성이 있는지 묻자, 윤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이 거대 정당에 상당히 연결돼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 신분으로 특정 정당을 간첩당이나 종북당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정치권과 일부 세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해당 발언에서 구체적인 조직적 연계가 확인됐다는 증거를 별도로 제시하지는 않았다.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국민 담화에 등장했던 ‘반국가 세력’이라는 표현에 대한 설명도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들을 “매국 세력”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국가의 핵심 이익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거나 침해하는 세력을 가리킨 것이라고 자신의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민주당이 주도했던 고위 공직자 탄핵소추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이를 두고 “헌법 권한을 남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거야말로 헌정 파괴”라고 주장했다. 국회에서 정부 예산안이 삭감된 문제까지 거론하며 야당의 국정 운영 방해 때문에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된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론과 사법부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에서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국회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상황을 비판했다. 그는 “태어나서 대법원장을 국회에서 증인으로 부르는 건 처음 본다. 이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면 나와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긴 답변으로 재판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피고인 신문이 4시간 넘게 이어졌지만, 준비된 질문 48쪽 가운데 9쪽밖에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진행 속도를 지적하며 신문을 이번 기일이나 다음 기일 안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문이 계속 지연될 경우 향후 재판 일정에서 그만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앞서 재판부는 다음 달 5일 항소심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예정대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올해 안에 항소심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서 비상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야당의 정치 활동과 이른바 반국가 세력의 존재를 다시 내세웠다. 그러나 민주당의 정책과 북한 지령이 유사하다는 주장만으로 양측의 연계가 확인되는 것은 아니며, 계엄 선포의 위법성에 대한 판단 역시 항소심 재판부의 몫이다. 재판부는 남은 피고인 신문과 변론 절차를 거쳐 12·3 비상계엄 관련 혐의를 심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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