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이 걸린 항소심에서 1심 때는 없었던 통화 기록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요청하고 비용까지 대신 내도록 했다는 1심 판단과 달리, 후원자 김한정 씨가 스스로 여론조사를 추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화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김 씨 측은 과거 휴대전화에서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음을 찾아 재판부에 제출했고 오 시장 측도 무죄를 주장할 근거로 제시했다.
이번 사건에서 오 시장의 유무죄를 가른 핵심은 명 씨가 진행한 여론조사와 김 씨가 낸 비용 사이에 오 시장의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다. 1심은 전체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의 비용이 오 시장의 부탁을 받은 김 씨에 의해 지급됐다고 인정했다. 그 결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 김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이 각각 선고됐다. 오 시장에게 내려진 형량은 시장직 상실에 해당한다.

하지만 항소심에 들어서면서 김 씨 측이 2021년 3월 명 씨와 나눴던 통화를 꺼내 들었다. 지난 7월 1심 선고가 나온 이후 제주도 별장에 보관돼 있던 옛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녹음 파일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김 씨 측은 지난 11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에 녹음 파일과 이를 문자로 옮긴 녹취록을 냈다.
김 씨 측이 주목한 부분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직후인 2021년 3월 6일 대화다. 당시 김 씨는 명 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상당수가 오 시장에게 불리했던 점을 문제 삼아 “어쨌든 당신이 오세훈이 이기는 걸로 만들어 준다고 하지 않았냐”라고 따졌다.

뒤이어 나온 발언은 여론조사가 시작된 경위를 둘러싼 새로운 공방의 근거가 됐다. 김 씨는 “내가 진짜 이 사람(오 시장) 돕고 싶어서 일을 했잖아”라고 말했고 “거기(오 시장)서 원해서 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 가지고”라고 했다. 오 시장과 명 씨 사이의 상황을 자신이 알지 못했다는 내용도 등장한다. 김 씨는 “이런 것도 나는 몰라가지고 내가 너에게 ‘시장이 뭐라, 어떻게 얘기하더노’ 물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오 시장 측은 이 대화를 1심 판단과 다른 정황으로 보고 있다. 김 씨와 오 시장이 사전에 여론조사를 의뢰하기로 상의했다면 김 씨가 명 씨에게 오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대화가 나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 씨 측 역시 해당 발언들을 근거로 명 씨의 여론조사가 오 시장의 요청과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 자료가 제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항소심 증거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녹음 파일의 위·변조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같은 대화가 녹취록에 담겼다는 이유로 녹취록 제출을 요구했다. 김 씨 측은 음성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직접 들어보면 현장감이 있다”고 맞섰고, 녹음 파일까지 증거로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첫 재판에서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이 내려졌지만, 항소심에서는 당시 판단의 전제가 된 ‘오 시장의 요청’ 여부를 놓고 새로운 자료가 등장한 셈이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녹음 파일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새롭게 발견된 김 씨와 명 씨의 통화가 1심에서 인정된 여론조사 대납 관계를 다시 들여다볼 증거로 인정될지에 따라 항소심 공방도 달라질 전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