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SK하이닉스 투자로 수혜
평택, 삼성전자 공장 건설 지연
강남 3구 토허제 재지정도 영향

지난해 정부가 경기 남부에 세계 최대·최고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관련 부동산시장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 1월 정부는 2047년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 기업이 622조 원을 투입하는 경기도 남부 일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에 지원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 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의 반도체 기업과 관련 기관이 밀집한 지역 일대를 의미한다.
이 지역 일대는 반도체 벨트 기대감으로 아파트 공급이 대폭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가 지어질 예정인 평택과 SK하이닉스의 첫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FAB)이 들어오는 용인의 경우, 호재가 예상되는 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두 지역의 상황이 대조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우선 반도체 벨트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 소식에 치솟았던 평택의 집값은 부동산 시장 한파와 반도체 불황,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최고가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4년 1,775가구였던 평택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꾸준히 늘어 2024년에는 6,689가구의 공급이 이어졌다. 그러나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공장 건설이 늦춰지고 일부 설비도 가동이 중지되면서 내림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2024년 1월 461건이던 평택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 1월 365건으로 26.3% 감소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말 기준 평택시의 미분양 아파트는 4,071건으로, 경기도 전체 미분양 1만 2,954건의 31.4%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평택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계속해서 증가할 예정이어서 장기 침체가 우려된다. 평택에는 2025년 1만 280가구, 2026년 7,581가구, 2027년 8,185가구 등 약 3만 가구의 입주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용인의 경우는 아파트 거래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17개 자치도 중 가장 큰 거래 증가 폭을 기록한 경기도(2만 9,537건) 중에서도 용인시에서의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용인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전년의 9,222건 대비 2,610건 증가한 1만 1,832건을 기록했다. 이 같은 용인의 호재는 최근 SK하이닉스가 12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의 생산 시설이 착공에 들어가면서 이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용인은 260조 원이 투자되는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또한 착공 예정이기 때문에 반도체 단지의 핵심 입지로 떠오른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3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소식 이후 인근 아파트가 종전보다 많게는 1억 원 이상 매매가가 올랐다”라며 “클러스터 반도체 주변으로 대단지 아파트가 많지 않아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더해 용인은 최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풍선 효과’를 보기도 했다. 풍선효과란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용인의 경우는 신분당선이 자리 잡고 있어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꼽힌다. 이 같은 장점과 호재가 겹치면서 당분간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투자 수요와 실수요가 규제 회피를 위해 빠르게 우회하고 있다”라며 “규제 밖 지역이 단기적으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다른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용인 분양시장은 예외”라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서 토지 보상이 시작되면 풀린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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