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억대 연봉자가 처음으로 150만 명을 넘어섰지만, 체감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물가와 자산 가격 상승, 고정된 세금 기준이 억대 연봉자의 ‘상위 소득자 프리미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억대 소득을 올려도 서울 평균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조차 버거운 현실에 상위 소득층 내부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세청이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귀속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자는 총 2,108만 명으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이 가운데 연 소득 1억 원 이상인 근로자는 155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만 명(11.5%) 늘며 사상 처음 150만 명을 돌파했다. 전체 근로자 중 억대 연봉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7.3%에 달해, 2010년(1.8%) 대비 네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상위 10%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1억 4,191만 원으로 전체 평균(4,475만 원)의 세 배 이상을 기록했다.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확대와 명목소득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1인당 평균 1억 원을 웃도는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요 기업들의 보상 규모가 확대되면서 고소득자 비중이 더욱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소득이 늘었다고 해서 모두가 풍요로워진 것은 아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사상 처음 15억 원을 돌파했고 생필품과 외식비 등 전반적인 생활비 부담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아도 집 한 채 구입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억대 연봉자들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세금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세표준 구간이 2008년 이후 사실상 조정되지 않았고, 근로소득공제 기준도 2009년 150만 원으로 상향된 이후 16년째 동결돼 있다. 연봉이 오를수록 세금 부담도 자동적으로 높아지는 ‘소리 없는 증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세금 공제로 인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근로소득 면세자는 684만 명으로, 전년보다 약 4만 명 줄었다. 면세자 비율도 2022년 33.6%에서 2023년 33.0%, 2024년 32.4%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세 과세 기준을 물가에 연동해 조정하는 제도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 캐나다 등 주요 OECD 국가에서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명목소득이 상승해도 실질 세 부담은 조정되는 구조다. 하지만 국내 세제 당국은 세수 감소를 우려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한국은 면세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라며, “과표 구간을 조정할 경우 면세자 증가와 함께 세수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정책 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억대 연봉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세금, 생계비 등 전방위적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고소득층조차 불만을 토로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명목상 소득 증가보다 체감할 수 있는 실질 구매력, 세부담 합리화, 자산 접근성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고소득자마저 ‘중산층 박탈감’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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