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큰일 났다” 급여 못 주니 희망퇴직 권유하는 경희의료원, 왜?

경희의료원 경영난
급여 지급 중단·희망퇴직
전공의 이탈로 적자 심해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희대 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을 산하에 두고 있는 경희의료원이 개원 53년 만에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의료원은 전공이 이탈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매일 수억 원의 적자 발생으로 다음 달부터 급여 지급 중단 방안과 희망퇴직 시행을 고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희의료원장 겸 경희대병원장인 오주형이 지난달 30일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오주형 병원장이 보낸 메일의 내용은 “매일 억 단위의 적자 발생으로 누적 손실 폭이 커지며 개원 53년 만에 최악의 경영난으로 의료원 존폐 가능성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는 처참한 상황”이라는 말로 시작됐다.

이어 “시뮬레이션 결과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개인 급여를 비롯한 각종 비용 지급 등에 필요한 자금이 학년도 말에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우려하며 “당장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의료원은 앞서 보직자들을 대상으로 올해 4월부터 6월 치 보직 수당을 자율 기부 형식으로 반납받기도 했으나, 그런데도 심각한 경영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주형 병원장은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휴가, 보직 수당·교원성과급 반납, 관리 운영비 일괄 삭감, 자본투자 축소 등으로 비용 절감 노력을 진행해 왔으나 이런 방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불어 “현재 외부 자금의 확보 가능성은 매우 불확실하며 자금의 차입은 경희의료원의 미래 성장에 늘 걸림돌로, 후배들에게 크나큰 고통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희의료원의 개원 역사상 최악의 경영난을 맞은 오주형 병원장이 존폐 위기를 둔 경희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호소로 느껴지기도 한다.

오주형 병원장은 빠른 시간 내 경영정상화를 만들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경영진이 모든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긴축 경영 상태에 들어간 경희의료원은 존폐의 기로 앞에서 의료원의 모든 구성원에게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함께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희의료원 산하에는 서울 동대문구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경희대병원을 비롯한 강동경희대병원, 경희대한방병원 등 7개 병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의 병원 중 규모가 비교적 큰 편인 경희대 병원과 강동경희대병원의 경우 전공의의 비율이 30~40%에 달해 전공의 이탈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의료 증원 반대에 따른 전공의의 이탈 이후 병상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지며 의료 수익이 반토막 나며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문제는 이런 재정난이 경희의료원에만 한정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주요 상급병원들의 경우도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추측된다.

전공의들이 이탈하면서 수술을 절반가량으로 줄여 환자가 급감한 데에 따라 매일 적자가 이어지며 병원이 존폐 위기에 놓일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 따라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등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무급휴가뿐만 아니라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여러 병원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의 이탈은 멈출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의대생, 학부모 등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고발장 제출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고발 대상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사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정부에서 의료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 중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라고 전하며 “당시 오고 간 내용 중 숨기고 싶은 내용이 있었던 것인지, 얼마나 비합리적인 결정들이 있었던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근영 대표는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며 “대한민국 의료를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백지화한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길 바란다. 잘못 단추가 채워진 국민연금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러한 과오가 윤석열 정부에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