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간 재산 범죄 처벌
1953년 도입된 옛 법
박수홍, 박세리 사건 화제
27일 헌법재판소(헌재)가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친족상도례란 친족 사이에 일어난 재산 범죄는 처벌할 수 없는 형법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족에 의해 재산상 피해를 본 박수홍, 박세리 등에 이목이 쏠렸다.
이날 오후 헌재는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328조 1항에 대한 위원 확인 소송 4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헌재는 내년 12월 31일 전 국회에서 법을 개정할 때까지 처벌 조항 적용을 중지할 것을 결정했다.
이번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 헌재는 “친족상도례 조항은 법관으로 하여금 형 면제 판결을 내리도록 획일적으로 규정하여 대부분의 사안에서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라며 “그 결과 형사 피해자는 재판 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이와 같은 상황은 입법 재량을 명백히 일탈하여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것으로 형사 피해자의 재판 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라고 설명했다. 헌재는 기존 형법 친족상도례에 의해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형법 328조 1항은 직계혈족을 비롯해 배우자, 동거 친족과 그 배우자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 범죄의 형을 면제한다는 내용으로 ‘친족상도례’ 조항은 사기·절도·횡령·공갈·권리행사 방해·배임·장물 등 범죄에 적용된다.
해당 조항은 지난 1953년 8촌 이내의 인척과 배우자 등 가까운 친족 내부의 문제에 대해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형법 제정 시 도입됐다. 하지만 71년이 지나면서 가족의 형태가 과거와 달라졌을 뿐만 아니라 친족과 사기 등 재산 분쟁을 겪는 피해자가 증가하면서 해당 조항에 대해 수정 및 폐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났다.
헌재는 형법 328조 2항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함께 살지 않는 먼 친족이 재산 범죄를 저지를 경우에 피해자가 고소해야 기소하는 친고죄 조항을 적용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대해 헌재는 “친족재산 범죄의 경우 피해자 의사를 기반으로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헌재의 판단으로 박수홍 가족 사건에 대해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 2022년 박수홍은 수십억 횡령 혐의로 친형부부를 고소했다. 해당 사건으로 박수홍의 아버지는 ‘자신이 자금관리는 했다’라고 주장하며 형의 편에 섰다.
당시 일각에서는 박수홍 아버지가 일 촌 관계인 형제 사이라도 동거하지 않을 경우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여 친족상도례에 위반되지 않는 자신이 나서면서 규정을 악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해당 법정 다툼으로 박수홍 친형과 형수는 지난 2월 각각 1심에서 징역 2년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는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박세리 역시 아버지와의 재산 문제가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박세리 아버지는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장을 몰래 만들어 사용한 혐의로 재단에 의해 고소당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친족상도례 적용을 피하고자 재단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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