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853번째 가습기살균제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2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천안에 살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복희 씨가 4월 6일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사망했다”고 알렸다.
단체에 따르면 김씨는 옥시와 애경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렸다. 이 질병은 피해구제법상 매우 심각한 상태인 ‘초고도’ 등급이었다.
1997년, 애경산업은 ‘파란하늘 맑은가습기’라는 가습기살균제를 출시했다. 가습기살균제란 가습용 물에 첨가해 가습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분무되도록 만들어진 살균제다.
당시 업체는 안전성을 담보할 검증 테스트를 전혀 거치치 않은 채 인체 무해성을 강조하며 살균제를 판매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유공(현 SK이노베이션)의 ‘가습기메이트’, 옥시의 ‘가습기당번’와 함께 2000년 이후 가정과 사무실 등에서 가습기가 널리 사용되면서 호황을 맞았다.
그러다 2006년과 2011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들이 우후죽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 이들 모두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단 점이 드러나면서 피해 사태 세상에 알려졌다.
10여 년이 넘는 길고 치열한 법정 공방 과정에서 애경은 반성하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지난 2022년 4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가 애경과 옥시 등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최대 9,24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최종 조정안을 도출했다. 하지만 애경과 옥시는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2년 넘게 지급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급이 무기한으로 연기되는 상황에서 애경의 관계자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해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지난 1월 금고 4년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어떤 안전성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상품화 결정을 내려 공소사실 기재 업무상 과실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현재 애경산업은 뷰티사업으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AGE20’s(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애경산업의 뷰티사업은 지난해 매출 2,513억원, 영업이익 36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각각 14.4%, 27.8% 증가한 수치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 사업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앞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일본, 베트남, 미국 등 현지화 전략에 맞는 제품 출시 및 마케팅을 적극적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애경산업이 올해 화장품을 중심으로 실적이 성장하리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누리꾼들은 “애경 제품 불매하는 중인데도 잘 나가네”, “피해 본 사람이 몇인데 아직도 돈을 지급 안 했다고?”, “사람 죽인 기업은 더 이상 영업 못하게 해야 맞는 거 아닌가”, “내가 피해자나 그 가족이었으면 애경 제품 모아 놓고 불 지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현재까지 국가가 인정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수는 5,703명이다.
다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는 가습기살균제 미신고 사례를 포함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2만명이 사망하고 95만명이 폐질환을 비롯한 건강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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