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능 영어 영역에서 ‘족집게 강사’로 불리던 조정식 강사가 문제 거래 의혹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현직 교사들에게 거액을 지급하고 고등학생 대상 모의고사 문항을 구매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인터넷 매체 셜록의 보도에 따르면 조 씨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21명으로부터 수능 연계 수준의 문제를 받아 사설 모의고사에 활용했다. 이 중에는 EBS 교재 집필자와 서울시교육청 평가 문제 출제자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논란이 불거진 계기는 2023학년도 수능에서 등장한 영어 영역 23번 지문이었다.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의 책에서 발췌된 해당 지문은 조 씨가 사전 제작한 모의고사와 거의 동일했다. 이를 본 수험생들은 온라인에 “수능 지문과 똑같아 놀랐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의 신청도 이어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는 해당 문항에 대해 약 100건의 이의 신청이 접수됐지만, 평가원은 이를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에 따르면 조 씨는 지문 출제에 관여한 교사를 통해 해당 내용을 입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조 씨를 청탁금지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함께 연루된 현직 교사 72명과 학원강사 11명, 사교육업체 3곳도 검찰로 넘겨졌다. 대표 강사로 활동 중인 조 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예정된 방송 출연 일정에는 변동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사교육계와 공교육 간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수능의 공정성과 평가원의 관리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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