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대왕 사기 시추”라고 비판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이달 중간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이번 분석 결과가 사업 존속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대왕고래’로 불리는 해당 프로젝트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 심해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지난해 말 1차 탐사시추가 이뤄졌다. 당시 확인된 지질 구조는 일부 긍정적 평가를 받았지만, 경제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석유공사는 확보한 시료와 검층 자료 1,700여 건에 대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 중간발표가 예정돼 있다.
석유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시 확보한 지질 구조가 석유·가스 저류 가능성이 있는 ‘석유 시스템’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탐사 성공 확률이 20% 수준에 그치는 만큼 최소 다섯 차례의 추가 시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해외 민간 자본 유치를 통해 사업 지속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석유공사는 지난 3월부터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지분 참여 입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복수의 글로벌 석유 메이저사와 국영 석유 회사들이 탐사 데이터 열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에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구체적 협상에 들어간다.

하지만 문제는 정치적 환경 변화다. 동해 가스전 사업에 비판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된 상황에서, 사업 연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월 당 대표 시절, 이 사업을 두고 “고가의 GPU 수천 장을 살 수 있는 예산을 비효율적 시추에 쏟아붓는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예산 심사에서 관련 시추 예산 500억 원 중 대부분을 삭감했다. 재생에너지 전환을 정책 기조로 내세운 현 정부 입장에서는 화석연료 중심의 탐사 프로젝트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는 것이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도 “중간 분석에서 뚜렷한 결과가 없다면 사업 자체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자본 잠식 상태의 공기업이 경제성 불확실한 사업에 혈세를 투입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중간 결과 발표를 앞둔 시점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이 과연 재평가를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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