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화장품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며 동생 정유경 ㈜신세계 회장과의 경쟁 구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통망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뷰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계열 투자팀은 국내외 IB들에 화장품 브랜드 및 제조사 매물 정보를 요청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인디 브랜드에 대한 관심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신세계그룹이 씨앤씨인터내셔널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 사모펀드에 자금을 출자하기로 결정한 것과도 연결된다. 투자 주체는 이마트 계열에서 맡기로 했으며 그룹이 우선매수권을 확보해 향후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유통과 제조의 결합을 통해 화장품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정 회장이 주도한 M&A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던 점과 무관치 않다. 2021년 약 3조 4,000억 원에 인수한 G마켓은 쿠팡에 밀려 고전 중이며 SSG닷컴과의 시너지도 미미했다. 심지어 최근 G마켓 실적을 이마트 손익에서 분리해 손상 처리를 피하는 방식으로 조치한 상황이다.

과거 소주 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했던 제주소주는 결국 지난해 OB맥주에 매각됐고 글로벌 PEF로부터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했던 SSG닷컴은 약속한 성과를 내지 못해 투자금 반환 요구에 직면했다. SSG닷컴은 산업은행과 NH투자증권 등 새 투자자를 끌어들여 일단 위기를 넘겼지만 이를 두고 “문제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화장품 사업 진출은 단순히 새로운 도전을 넘어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 계열과의 경쟁 구도를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유경 회장 측 역시 화장품 관련 M&A를 활발히 추진 중으로 LG화학의 에스테틱 사업부 인수 검토 사례도 있었다.
정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 투자팀은 “신세계 계열 투자팀과 무관하게 매물을 확보해달라”고 IB들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씨인터내셔널 투자 역시 이마트 측이 독자적으로 추진했으며 신세계 투자팀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 계열로 나뉘어 화장품 시장에서 정면 대결에 나서는 모양새”라며 “계열 분리를 앞두고 두 오너의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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