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쟁사인 이마트 매장을 찾은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부진한 대형마트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신 회장이 경쟁사의 현장을 찾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롯데쇼핑의 실적 부진과 연관된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자신문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강동구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비공식적으로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만 동행했으며 별도의 수행 인력 없이 매장을 둘러봤다. 참치 특화 매장과 위스키 코너 등 핵심 존을 유심히 살펴본 뒤 같은 건물 내 롯데하이마트 매장도 점검하고 자리를 떴다.
신 회장이 직접 이마트 매장을 찾은 것은 유통업계에서도 극히 드문 일이다. 그는 지난 3월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복귀하며 12년 만에 대표직을 다시 맡았으며 이후 계열사 중심의 현장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쟁사의 신개념 매장을 살펴보며 롯데마트의 체질 개선과 새로운 전략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실적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4% 감소한 99억 원에 그쳤고, 4분기 연속 손익이 줄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3.1% 증가하며 1,333억 원을 기록했다.

이마트 고덕점은 식료품 중심의 미래형 매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대응해 롯데마트는 지난 1월 천호점을 열었고, 다음 달에는 구리점을 ‘그랑그로서리’ 2호점으로 새롭게 단장해 경쟁에 나선다. 이번 신 회장의 현장 방문은 강동 지역 상권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보로도 해석된다.
신 회장은 최근 유통 부문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 이달 초 연휴 기간 동부산 프리미엄아울렛과 김해 지역 롯데 계열 매장들을 찾았고 베트남 출장 일정에서도 현지 롯데몰과 롯데 센터를 직접 방문해 챙겼다.
롯데쇼핑은 올해 1조 원을 투자한 온라인 물류 시스템 ‘오카도’의 성과를 본격적으로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첫 결과물인 ‘롯데마트 제타’는 지난달 출시됐지만, 뚜렷한 반전을 만들어내지 못한 상황이다.
경쟁사 매장까지 발걸음을 옮긴 신 회장이 롯데마트의 부진을 극복할 해법을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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