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2조 원이 넘는 가격 담합을 벌인 가구업체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이들이 장기간 조직적으로 입찰을 조작했다고 판단했으며 이에 따른 시장 교란과 분양가 상승 가능성도 지적됐다. 반면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는 15일 건설산업기본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현직 가구업체 임직원 11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서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는 1심과 유사한 수준의 형량이다.
법원은 특히 담합 행위가 장기간 반복됐고 그 규모가 컸던 점을 고려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판 가구 시장에서의 담합이 관행처럼 고착됐고 이는 시장경제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권한과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게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최양하 전 한샘 회장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최 전 회장이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인식했거나 지시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최종 결재만 했을 뿐, 입찰 담합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직접적 진술이나 보고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법인에 대해서도 1심과 동일한 수준의 벌금형이 유지됐다. 한샘과 에넥스는 각 2억 원, 한샘 넥서스·넥시스디자인·우아미는 각 1억 5,000만 원, 선앤엘인테리어와 리버스는 각 1억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와 임직원들은 2014년부터 2022년까지 9년에 걸쳐 전국 아파트 783개 신축 현장에서 가구 입찰 담합을 벌였으며, 총입찰 규모는 약 2조 3,261억 원에 이른다. 업체들은 낙찰 예정자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하고 경쟁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 같은 담합이 아파트 건축비 중 일부인 빌트인 가구 비용을 인위적으로 높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빌트인 가구는 설계 단계부터 포함되는 주요 항목으로 일반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없어 가격 결정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하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관련 업계 전반에 실효성 있는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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