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비율 75% 지역 속출
호텔·건설 실버산업 진출
외국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

2043년에는 국내에서 노인 인구 비율이 75%를 넘는 지역이 22곳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군위군은 노인 비율이 83%로 가장 높고, 경남 산청군과 하동군, 전북 임실군과 진안군 등도 고령 인구 비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10명 중 7명이 노인인 셈이다. 인구 3만 명 이하인 지역은 2043년 41곳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23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호텔, 건설업계가 시니어 레지던스를 중심으로 실버산업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면세점 사업의 성장 한계를 인식한 호텔신라는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노인주거 및 여가복지 사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며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가 미래 먹거리로 실버산업을 선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은 이미 다수의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분야다. 롯데호텔앤리조트는 프리미엄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을 선보였고, 신세계 조선호텔앤리조트도 관련 사업을 검토 중이다. GS그룹의 파르나스호텔, 대명소노그룹, 메이필드호텔도 각각 시니어타운 설립에 나섰으며, 현대건설은 분양 및 임대형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함께 미래형 건강주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글로벌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사 애스콧, 고령자 교육 및 케어 전문 대교뉴이프, 헬스케어 전문기관 차움의원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사업 확대를 본격화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한국이 지난해 말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고령자를 위한 주거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2022년 기준 국내 고령친화 시장 규모는 약 85조 6,000억 원이며, 2030년에는 168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9%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고령친화 산업은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국내 시니어 주거시설 공급률은 전체 고령자의 2.7%에 불과하다. 현재 공공 및 민간에서 공급되는 시니어 주거 시설은 전체 고령인구의 극히 일부만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반면 일본은 고령자 주택 공급률이 약 6%에 이르며, 민간 참여를 유도한 결과 다양한 형태의 시니어 주거시설이 마련돼 있다.
국내의 경우 고령가구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1~2인 가구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주거와 요양에 대한 수요가 함께 증가하고 있다. 건강한 시니어층은 자신이 익숙한 현 거주지나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고 싶은 ‘Aging in Place’를 선호하면서도 실버타운이나 전용 주택 거주 의향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KB금융 보고서에 따르면 실버타운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해당 시설 거주 의향을 보인 응답자는 60.7%에 달했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2024년 7월, 민간 주도의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토지 건물 사용권 기반 설립 허용, 인구 감소 지역에서 분양형 실버타운 허용 등 규제 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 부동산 개발사, 보험사 등 다양한 업계의 기업들이 시장 진입을 선언하고 있다.
시니어 레지던스 시장은 현재 양극화되어 있는 상태다. 부유층을 위한 고급 실버타운과 기초수급자 또는 유병자 대상의 공공시설만 존재하고, 건강한 중산층 고령자 대상의 주거시설은 사실상 부재하다. 약 97%에 해당하는 중간층 고령자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일본은 1960년대부터 노인복지법을 제정해 관련 제도를 정비했고, 2000년대 이후 민간 참여를 본격화하며 사코주(일본의 고령자 주택)등의 공급이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은 자선단체나 종교기관에서 시작해 1980년대 이후 민간 주도의 주거 시장이 확장됐고, 지역별로 다양한 시니어 주거 형태가 형성돼 있다. 영국은 자택 생활 유지 정책을, 북유럽 국가들은 공영 임대나 공동체 기반 주거 모델을 활용 중이다.
이희정 삼일PwC 수석연구위원은 “현 거주지에서 나이 들고 싶어 하는 고령자의 주거 수요와 고령 친화적 주거서비스에 대한 요구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한국형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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