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검증 건수 증가해
메이플자이 공사비 증액 요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 사업

수도권 곳곳에서 공사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단지마다 고급 특화 설계 경쟁까지 불붙으며 공사비 인상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년 전부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총 36건으로 2020년(13건)보다 많이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6월 입주를 압두고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 재건축) 단지가 공사비 갈등에 들어섰다. ‘10억 로또’로 불리던 메이플자이는 시공사인 GS건설이 총 4,800여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청구하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조합원 1인당 약 1억 5,000만 원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을 시 입주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해 12월 신반포4지구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사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청구액은 2,570억 6,500만 원이며, 해당 금액에는 착공 전 물가 상승분(310억 원), 건설 환경 변화 반영(967억 원), 사업 기간 증가에 따른 금융비용(185억 원), 일반분양 세대수 감소에 따른 분담금 증가분 금융비용(777억 원), 증가한 공사비에 대한 일반관리비 및 이윤(332억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GS건설 측은 추가 공사비 요구의 이유로 설계 변경, 특화 적용, 사업 계획 및 기간 변경, 코로나19(COVID-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건설 환경 변화를 꼽았다. 이들은 발생한 추가 비용에 대해 조합과 협의를 시도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GS건설은 2,288억 원을 따로 청구했다.

추가 금액 청구의 이유로 구조합과 인허가 기관의 추가 요청에 따라 설계를 바꾸고 추가 공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GS건설과 조합은 현재 한국부동산원에 검증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공사 기간만 늘린다고 금융비용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시공사도 조속히 완공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며 “공사비 분쟁에 이어 공사 기간 연장 여부를 놓고 시공사와 정비사업장 간의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한국부동산원 공사비 검증 및 서울시 코디네이터 제도의 도움을 받아 입주 전 조합과 공사비 협의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이야기했다. 앞서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정비사업 현장에서도 공사비 상승이 발생했다. 이번 상승은 조경과 커뮤니티시설 고급화 등을 위한 특화 공사비를 반영한다는 것이 이유로 꼽혔다.

지난달 잠실진주아파트 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증액 심의를 위한 총회를 개최했으며, 당시 67% 찬성으로 공사계약 변경 계약서 체결 안건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총공사비는 588억 원 상승해 기존 1조 3,229억 원에서 1조 3,818억 원으로 변경됐다. 해당 단지의 3.3㎡(평)당 공사비는 811만 원에서 847만 원까지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공사 입찰 단계부터 특화 설계를 반영하면서 계약 금액이 급격히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5차아파트는 공사비를 3.3㎡당 990만 원으로 금액을 설정하고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평당 900만 원에 시공사 입찰을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6개월 만에 공사비를 11% 인상하고 다시 시공사 구하기에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단지의 재건축 공사비가 1,000만 원에 육박한 건 고급화 추진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삼호가든5차아파트는 168가구 소규모 단지로 대단지 아파트에 비해 사업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여기에 ‘스카이 브릿지’ 조성까지 예정되며 높은 공사비 부담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단지마다 특화 경쟁이 불붙어 ‘커튼월룩(유리 패널 외관)’ 설계나 고급 조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요구사항들이 결국 공사비 증액으로 이어지고 있다”라고 피력했다.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조합도 최근 시공사로부터 공사비 1,032억 원을 추가로 지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단지는 오는 5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시공사는 추가 공사비를 내지 않을 시 입주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합과 갈등을 겪고 있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건축 조합은 기존 시공사와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은 끝에 지난해 9월 도급계약을 해지했으며, 현재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공사비 갈등에 국토교통부가 대책을 냈다.
지난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할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개정안에서 건설사가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제안서에 물가변동 등에 따른 공사비 변동 가능성, 시공사 재무상태 및 시공능력, 마감자재 규격·성능 및 재질 등의 내용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규정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행정예고를 한 뒤 규제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오는 4월부터 개정안을 시행할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입찰제안서에도 계약서와 마찬가지로 물가변동 등에 따라 공사비가 인상될 수 있음을 의무적으로 명시하도록 해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정할 때 충분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입찰이 진행될 때부터 마감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면 착공 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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