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놓고 결단의 기로에 섰다.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재제청 요구가 나온 가운데 조 대법원장 앞에는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거나 기존 후보 3명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두 가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추천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지만 신속한 대법관 임명을 위해 기존 후보군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맞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이르면 4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어느 쪽을 택할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부친상을 마치고 지난 3일 업무에 복귀했다. 출근 과정에서 재제청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은 그는 “그동안 업무 관계로 (재제청 여부가) 전혀 논의된 바 없다”며 “상의해 보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은 새로운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여부다. 법원조직법 제41조의2 제2항에는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마다 추천위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후보 추천을 완료하면 위원회가 해산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도 있다.
기존 추천위가 이미 역할을 마쳤다는 데 대해서는 법원행정처에서도 같은 설명이 나온 상태다.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기존 추천위의 해산 여부를 묻자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추천할 당시 이미 해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추천됐던 후보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나뉠 수 있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새 추천위를 구성하는 방안에 힘을 싣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추천위에서 추천한 기존 후보자 중에서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대법관으로 올릴 때까지 반려한다는 거냐”며 “추천위를 새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조인들의 공개적인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서울대 법대 76학번 출신 법조인 27명은 3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고 해서 후보자 선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하도록 강제하거나 대통령의 제청 반려권을 법률에 두는 방안에 대해서도 위험성이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반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 추천위를 통해 후보를 다시 선정하는 방법과 기존 후보 3명 중 한 명을 제청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하다고 봤다.
추천위를 다시 구성할 경우 약 3개월이 추가로 걸릴 수 있는 만큼 신속한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고려해 기존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빠르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번 상황은 지난달 18일 조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에서 시작됐다. 당시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가 제청됐고 이흥구 대법관 후임에는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후 청와대와 합의되지 않은 서면 제청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발생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조 대법원장에게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고 밝히고 이번 주 안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은 절차를 처음부터 되돌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기존 추천위의 논의 결과를 존중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게 재제청을 진행해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손 후보자를 제외하고 당시 함께 추천됐던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가운데 한 명을 선택하는 방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의 입에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게 됐다. 새 추천위를 꾸리면 대법관 선정 작업 자체가 다시 시작되는 반면 기존 후보군을 활용하면 재제청에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청와대가 신속한 절차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법원 내부에서는 추천위 재구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양측의 시각에도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어떤 절차를 택하느냐에 따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을 둘러싼 논란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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