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고 도망가면 장땡..? 차주들 복장 터진다는 물피도주 처벌 수준

급증한 물피도주 피해 사례
운전자 속 터지는 처벌 수준
악용하는 이들까지 등장

물피도주. 상대방의 물건을 훼손하고 도망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최근 고양시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심야 시간 주차된 차량을 훼손하고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여러 명의 아이들이 주차 차량 3대에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도주하는 이른바 ‘물피(물적피해)도주’ 범죄를 벌인 것.

불행 중 다행은 이번 사고가 CCTV가 존재하는 장소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가해자를 찾아 피해 상황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이 나빠 CCTV가 없는 곳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질 경우 가해자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처벌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만약 찾더라도 낮은 처벌 수위에 피해를 입은 차주들만 억울함을 호소할 따름이다.

안 걸리면 그만인 가해자
보상받기까지 오래 걸려

지난해 배우 정일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물피도주 피해를 입은 사실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일우는 “남의 차를 긁고 가는 사람의 심리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세차하다 발견, 도색해야지 뭐”라는 글과 함께 긁힘 피해를 입은 차량 사진을 공유했다. 공개된 사진 속 정일우의 차량에는 선명하게 긁힌 자국이 남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착잡한 심경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물피도주 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 대부분의 가해자는 ‘안 걸리면 좋고 걸려도 그만’이라는 심리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벗어나는 경향이 있다. 피해자가 차량 블랙박스나 CCTV 등을 통해 사고를 접수하더라도 특정인을 찾아내기까지 시일이 많이 소요되는 등 보상까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찾아도 낮은 처벌 수위
물피도주 증가하는 이유

초반 운전자들은 2017년 6월부터 도로교통법 개정에 물피도주 처벌이 포함되자 환호하곤 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처벌 수위에 또다시 한숨을 쉬어야 했는데,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 대한 물피도주의 경우 승합차 13만 원, 승용차 12만 원, 이륜차 8만 원의 범칙금과 함께 벌점 15점 부과에 그친다는 사실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물피도주라도 ‘사고후 미조치’로 적용받을 때는 강한 처벌을 받곤 한다. 이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다만 사고 후 미조치 물피도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긁히고 찌그러진 정도가 아닌 사고로 생긴 차량 파편이나 비산물이 도로에 널브러져 교통상 장애를 만드는 손괴가 발생한 경우에 한 하고 있다.

경찰에 몰랐다 주장하면
형사 책임 묻기 어려워

이에 앞서 정일우의 피해 사례의 경우 가해자를 추적해 잡더라도 벌금에 그치게 되는데, 경찰 관계자는 “가해자를 찾아도 사고를 몰랐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현행법상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주차 중 발생한 물피도주는 발생 일시나 장소가 특정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조사 과정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를 접한 네티즌들은 “결국 솜방망이 처벌이 범죄를 키운 것”, “벌금 30배는 올려야 한다”, “착하면 바보가 되는 세상”, “몰랐어요 말하면 끝이라니”, “불법주차는 물피도주 당해도 싸다”, “벌금보다 차 수리비가 더 나오는 황당한 상황”, “물피도주 가해자들은 사과조차 안 한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