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대법원장 국정조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법조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국회 차원의 조사 절차를 추진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법관들은 조사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정조사 실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회에서 거쳐야 할 절차도 남아 있다.
뉴스 1의 보도에 따르면 27일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의원총회를 마친 뒤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우선 추진하는 방향으로 당내 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조사계획서를 작성해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정식 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 특별위원회 구성과 구체적인 조사 방식 등은 추가 논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조사 대상으로 검토되는 사안은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국정감사 증인 선서 거부, 업무추진비 사용 문제 등이다. 대법원장 개인을 대상으로 실제 국정조사가 진행된 사례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에도 조 대법원장과 지귀연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지만, 정식 절차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8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으나 실제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이처럼 전례가 드문 움직임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국정조사의 필요성과 범위를 놓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 고등법원 판사는 “국정조사를 한다면 대법원장이 응해야 하는지도 문제인데, 우선 국정조사를 하려는 사유가 불분명하다”라며 조사 추진의 근거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의 항소심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재판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대법관 제청 문제 역시 청와대와의 관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대법원장이 하급심 재판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을 언급하며 해당 사건을 국정조사 사유로 연결하는 데 의문을 표시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조사 과정에서 법관과 법원 직원들이 증인으로 불려 나올 가능성을 우려했다. 그는 “실제 국정조사 때 증인으로 출석 요구를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 법원 직원, 법관일 텐데 이런 모습으로 사법부를 위축하게 하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판사 출신 변호사 역시 개별 재판의 판단을 정치권이 문제 삼는 방식이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반복되면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국민에게까지 부담이 돌아갈 수 있다는 취지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국정조사로 확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법조계 일부에서는 재판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향후 국회가 조사 범위와 절차를 어떻게 정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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