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현장에서 처음 듣는다는 ‘무기한 휴진’ 선언에 의사들 반응

시도의사회장 입장 표명
무기한 휴진 발표 단독 결정
“절차적 정당성 무시하는 행보”

지난 19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선언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하겠다”라는 발언에 의협 내부에서 논란이 일며 내분의 조짐이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임현택 의장의 무기한 휴진 선언에 일부 시도의사회장들은 “처음 듣는 얘기다. 우리가 장기판 졸이냐“라는 입장을 밝히며 임현택 회장의 발언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와 더불어 전공의 단체의 박 단 대표도 의협 측의 공동 협의체 제안을 거절하며, 이번 행보가 임현택 회장의 리더십에는 상당한 타격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27일 무기한 휴진 발표에 대하여’라는 의견문을 내고 “무기한 휴진은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집회에서 처음 들은 얘기”라고 짚으며 “시·도회장과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 장기판의 졸이 아니다”라고 지적에 나섰다.

이어 “매번 이런 식의 독선적 일방적 회무(업무)가 단일 대오를 무너뜨리고 투쟁을 실패로 이끌며 회원들의 분열과 허탈감을 크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동욱 회장은 “우선 27일 무기한 휴진이라는 발표를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 집회 현장에서 갑자기 듣고, 당황스럽게 해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며 “저를 포함한 16개 광역시도 회장들도 처음 들었다”고 밝히며 임현택 회장의 독단적인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이동욱 회장은 이어 무기한 휴진의 적절성이나 찬반을 논하기 전에 임현택 회장의 의사결정 회무 방식이나 절차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임현택 회장의 무기한 휴진 선언이 다른 의사들과의 소통으로 나온 결론이 아닌 임현택 회장 혼자만의 뜻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이동욱 회장은 “회원들이 황당해하고 우려하는 건 임 회장의 회무에서 의사 결정의 민주적 정당성과 절차적 적절성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 밝히며 “의협은 임 회장 1인의 임의 단체가 아니고 절차와 과정의 정당성이 중요한 공식 단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언급된 전공의 집단과의 불협화음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투쟁의 중심과 선봉에 서 있는 전공의 대표와의 불협화음도 모자라 대의원회, 광역시도 회장, 감사조차 무시하는 회무는 회원들의 공감을 받기 힘들고 회원들의 걱정이 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도회장들이나 회원들은 존중받고 함께 해야 할 동료이지, 임 회장의 장기판 졸이 아니다”고 날 선 목소리를 세워 임현택 회장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동욱 회장이 이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은 실제로 임현택 회장에 대해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단 위원장 역시 이날 임현택 회장의 독단적인 발언에 대해 “전날 발표한 무기한 휴진 역시 의협 대의원회, 시도의사회와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파악했다. 임 회장은 언론 등 대외적 입장 표명을 조금 더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임현택 회장이 이끄는 의협을 중심으로 범의료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자며 공동 위원장을 제안한 것도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박 단 위원장은 “범대위 공동위원장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명확하게 밝히며 “현재 상황에서 협의체를 구성하더라도 대전협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해서 표명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도 임현택 회장에 대한 비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날 황규석 회장은 “현실적으로 개원의들이 무기한 휴진하는 건 쉽지 않다. ‘무기한’이라는 말은 빼고 기한을 정해야 그나마 휴진할 수 있다”고 밝히며 “시도의사회장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얘기를 나누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집단 휴진을 선언한 전날 동네병원 개원의의 휴진 동참률은 약 14.9%로 지난 2020년 전면 휴진 첫날의 동참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같이 임현택 회장의 무기한 휴진 선언은 의협 집행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임현택 회장의 독단적인 결단으로 총파업을 선언한 것으로 판단된다. 의협의 핵심 관계자와 시도 의사협의회장, 전공의단체 등이 임현택 회장의 행보에 강력한 반발에 나서며 현재 무기한 휴진이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편, 20일 임현택 회장은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임현택 회장이 추가 조사를 위해 경찰에 출석한 것이다. 임현택 회장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전공의가 특별한 죄가 없다는 건 의사회원뿐 아니라 전 국민이 다 아시는 내용이다. 저를 포함한 의협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혐의 여부 역시 마찬가지”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