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비상계엄 사태 1주년을 맞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사과 여부’가 당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도부 내에서도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장 대표가 대국민 사과를 추진할 경우 “말릴 생각”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당 차원에서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정권의 정치적 공격에 빌미를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사과 논의가 공개적으로 분열 양상까지 번지며 장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 최고위원은 2일 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초·재선 의원 중심으로 제기된 ‘사과 성명’ 움직임에 대해 정면으로 선을 그었다. 최근 당내 일각에선 장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의원들이 독자적인 사과 입장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김 최고위원은 사과는 시기와 방식, 그리고 정치적 파급까지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지금의 흐름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금 시점에서 사과에 나서는 것은 ‘적전분열’로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몰아가는 정치적 흐름 속에서 성급한 사과는 오히려 정청래 원내대표와 이재명 정부의 공세에 이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특검 수사와 별개로 사법부 구성까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당이 먼저 사과하는 것은 전략적 실책”이라고 분석했다.
‘12월 3일이 됐으니 사과하자’라는 식의 접근도 비판했다. 단순히 날짜나 상징성에 따라 정치적 사과를 단행할 경우 국민 여론의 신뢰를 얻기보단 내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과는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을 때 또는 책임 소재가 명확할 때 해야 의미가 있다”라며 현재는 그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발언은 당대표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유감 표명 또는 사과 메시지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계엄 당시 당 지도부의 대응이 부족했다고 평가하며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최고위원의 공개 반대 입장은 해당 논의의 속도를 늦추거나, 장 대표의 최종 메시지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김 최고위원은 당 운영과 관련한 입장에서도 기존 기조를 강조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룰’을 당심 70%로 조정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현재 공천 룰인 당심 50%·민심 50%는 2007년 이명박·박근혜 경선 당시 확립된 것”이라며 변경 시에는 정당한 절차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내부 이념이나 정치적 계산으로 쉽게 변경할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계엄 사태를 둘러싼 사과 공방과 공천 룰 개정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노선과 전략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장 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지도부와 최고위원 간 시각차가 드러난 것은 이례적이다.
사과 여부를 두고 벌어지는 당내 공개 반기는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도 비친다.
향후 장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번 논란은 당의 중장기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재편과 당 쇄신을 예고한 장 대표의 전략 구상은 당 내부 의견 조율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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