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되기 불과 3개월 전, 미국이나 한국으로의 정치적 망명을 권유받았던 사실이 25일 일본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당시 김정남이 자신에게 망명을 제안한 지인의 우려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증언도 함께 전해졌다.
김정남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이다. 권력 서열에서 밀려난 이후 중국과 마카오, 말레이시아 등지를 오가며 거주해 왔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식당 ‘고려원’을 운영하는 황일록(현지명 알렉스 황, 73) 씨의 증언을 인용해, 김정남이 암살되기 전 이 식당을 자주 찾았으며 이 자리에서 황 씨가 직접 망명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황 씨는 “미국이나 한국으로 가야 안전하다”라고 강조했지만, 김정남은 “괜찮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라며 화제를 돌렸다고 한다.
황 씨는 김정남이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선 뒤에도 따라 나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라며 다시 한번 탈출을 제안했지만, 김정남은 별다른 대답 없이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황 씨는 이와 관련해 “그때 좀 더 강하게 말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도 남는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황 씨에 따르면 김정남은 소갈비, 냉면, 오징어볶음 등을 즐겼고, 종종 아내로 보이는 여성과 함께 식당을 찾았다. 황 씨는 “김정남은 상냥하고 조용한 사람이었고, 말투도 부드러웠다”라고 기억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독극물 VX에 노출돼 사망했다. 이 사건은 공항 내 CCTV를 통해 전 세계에 충격적인 장면으로 알려졌으며, 당시 두 명의 여성 피고인이 얼굴에 독극물을 바른 채 김정남을 공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처음에는 장난 프로그램 촬영인 줄 알았다고 주장했으나, 북한 공작원들이 배후에 있다는 정황이 이어졌다.
당시 김정남의 소지품에서는 VX 해독제로 알려진 아트로핀 약병이 발견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말레이시아 화학청의 독물학자 샤르밀라 박사는 법정에서 “김정남이 소지한 약병 안에 아트로핀 12정이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 약병의 라벨이 한국어로 되어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김정남이 스스로 암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정황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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