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총리, 사회적 문제로 선언
2차 세계대전 후 심은 일본 삼나무 원인
경제적 손실 하루 2조 원대라는 분석도

봄철이면 일본인의 약 절반이 걸리는 ‘이 병’은 노동생산성을 하락시켜 하루 2,340억 엔(약 2조 원)의 손실을 발생시킨다는 분석도 있을 만큼 일본에선 치명적이다. 이 병은 바로 ‘화분증(가훈쇼)’이라고 불리는 ‘꽃가루 알레르기’다.
물론 해당 알레르기는 세계 각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병이기는 하다. 영국 국가 보건 서비스에 따르면 적어도 4명 중 1명은 꽃가루 알레르기를 앓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그 피해가 심각한 나라 중 하나다.
실제 일본에서 가훈쇼 관련 의약품은 늘 인기다. 일본의 드러그스토어에는 꽃가루 철이 되면 가훈쇼 관련 물품을 진열하는 매대가 따로 생길 정도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일본 내에서 가훈쇼 관련 제약시장의 시장 규모는 1,000억 엔(약 1조 228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다 보니 가훈쇼로 인한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일본이비인후과 학회지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 내 화분증 환자 비율이 1998년 19.6%에서 2019년 42.5%로 늘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일본의 생명보험회사인 다이이치 생명은 꽃가루로 인한 외출 감소, 소비 둔화, 보건 의료비 증가 등으로 인한 올 1~3월 실질 가계소비 감소액이 3,800억 엔(3조 4,238억 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정부가 직접 꽃가루 현황을 공개하기도 한다. 일본 환경성은 가훈쇼가 시작되는 2월 초부터 5월 말까지 실시간으로 전국 각지에서 관측된 꽃가루 비산(飛散) 상황을 풍향, 풍속 등과 함께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왜 이렇게까지 ‘꽃가루 알레르기’에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걸까? 정답은 일본의 식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 많이 심겨 있는 나무인 일본 삼나무 때문이다. 현재 삼나무와 편백 인공림이 일본 국토 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삼나무는 바람에 꽃가루를 날리는 방법으로 번식하는 나무이기 때문에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일본이 처음부터 삼나무가 많이 심겨 있는 나라는 아니었다. 하지만 1945년 2차 세계대전으로 초토화가 된 일본은 재건 사업을 위해 목재가 많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이때 성장이 빠르고 목재로 사용하기 좋은 삼나무를 심은 것이다.

그러나 이후 저렴한 외국산 목재들이 수입돼 상당수가 벌채 시기를 넘기고 방치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삼나무는 수령 30년 이상이 되면 꽃가루를 활발하게 날리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내 꽃가루 알레르기 치료법을 다루는 문헌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와 고도 경제 성장기에 심은 삼나무가 수령 30년 이상을 맞이한 시기가 1990년대로 일치한다.
이러한 상황을 보이자, 2023년에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직접 해당 질병을 “사회적 문제”로 선언하기도 했다. 결국 2023년 10월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 주재로 ‘화분증 대책 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초기대응 패키지’를 정리했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 정부는 연간 삼나무 인공림 벌채량을 현재 약 5만ha(500㎢)에서 7만ha로 40% 늘려, 10년 뒤 삼나무 면적을 현재보다 20% 정도 줄일 계획을 세웠다.
우선 도쿄·오사카 등 대도시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삼나무 벌채 계획을 세우고, 꽃가루가 적은 품종을 중점적으로 심도록 했다. 또한 삼나무 인공림의 효율적 벌채를 위해 고성능 기계를 도입하고, 외국 인력 수용 확대도 검토했다.
벌채한 일본산 삼나무 목재의 사용 확대 방안도 동시에 세웠다. 주택 자재용 삼나무 목재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주택 건설업체의 국산 목재 사용 현황을 공표하는 제도를 실시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공림 대부분이 민간 보유지로 알려져 행정만으로 벌채나 옮겨심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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