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비만 239억 원 수준
120억 원 국비 지원으로 충당
최근 가수 션이 고(故) 박승일 농구 코치와 함께 꿈꿨던 세계 최초 루게릭 요양 병원의 준공 소식을 알려 부동산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 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션과 함께’를 통해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승일 희망요양병원’의 외관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션과 함께’에는 ‘몰래 숨겨왔던 239억짜리 건물, 최초로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시됐다.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션은 “용인에 건물을 하나 지었다. 15년 동안 정말 열심히 모았다. 빌딩이 다 지어졌다”며 42km 거리의 마라톤을 완주한 뒤 해당 병원에 도착했다.
이 병원은 앞서 션이 지난 2011년 루게릭병을 앓던 박승일 코치와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한 것에 따른 결과로 알려졌다. 재단의 설립 이후 박승일 코치의 꿈이었던 세계 최초의 루게릭 요양병원 설립을 위해 션은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해 203억 원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 12월 착공된 루게릭 요양 병원은 약 239억 원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오는 3월 개원 예정인 이 병원은 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루게릭 전문 요양 병원이다. 더하여 투입된 건립비 239억 원 중 120억 원은 국비 지원으로 충당됐다.
여기에 나머지 119억 원은 기부자와 기업의 지원을 받아 마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35만 명 이상이 기부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병원 로비 한쪽에는 ‘기부 벽’이 설치될 예정이다. 앞서 승일희망재단은 ‘당신을 통한 기적의 100일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기부금을 모은 바 있다.
이는 당시 대지면적 1,000평 이상(용적률 20% 기준) 부지에 지하 1층~지하 6층 규모의 병원 건립을 위해 목표 금액 80억 원의 절반 수준인 40억 원의 모금 목표액을 공시한 것이다. 이후 지난 2018년 승일희망재단은 용인시 일대의 토지 매입 및 등기 이전을 통해 해당 사업의 시작을 전했다.
약 7년여의 기간을 거쳐 완공된 루게릭 요양 병원은 경기도 용인시 모현읍 능원리 107-1번지 외 3필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지면적 3,307㎡에 건립된 이 건물은 사업 초기 구성과 달리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구성됐으며, 총 76병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하여 해당 건물의 건폐율은 약 19.91%, 용적률은 77.84% 수준이다. 병원 내에는 환우들과 가족, 직원들에 대한 배려 역시 곳곳에 녹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병원 창문은 환자들이 내부 침대에서도 밖을 볼 수 있도록 낮은 위치에 크게 설치됐음, 환자들이 침대에 누운 채 병원을 드나들 수 있도록 출입문의 턱을 없애고 폭을 넓혔다.
또한, 투병 중에도 바깥을 느낄 수 있도록 야외와 옥상에 마련된 정원에도 신경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박승일 코치의 누나인 박성자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는 “의료진이 와서 보고는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일해본 적 없다고 깜짝 놀라더라”라며 “(의료진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너무 좋다는 이야기도 해줬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션은 박승일 코치와의 첫 만남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션은 “승일이가 쓴 책을 우연히 읽게 됐는데 책에 승일이의 꿈이 ‘국내 최초 루게릭 요양병원’이라고 쓰여 있었다”며 “마침 그때 어딘가 꼭 필요한 일에 쓰려고 1억 정도를 저금해 둔 게 있어서 1억 원 수표를 끊어 승일이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처음엔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다. 승일이가 나보다 한 살 위인데 먼저 ‘친구 하자’고 편하게 다가왔다”며 “수표를 전달하고 갔는데 제가 허리 아픈 게 신경 쓰였는지 ‘허리에 굴이 좋다’면서 굴 한 박스를 보내줬다. 정말 세심하고 마음이 깊은 친구였다”고 말하며 고인을 회상했다.
연세대 출신의 농구선수로 이름을 알렸던 박승일 코치는 1994년 기아차 농구단에 입단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농구 유학 중이던 2002년 현대모비스 코치로 복귀했지만, 루게릭병 판정을 받고 23년간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승일 코치가 앓았던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서서히 없어지는 희소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 몸이 완전히 굳고, 결국 호흡근 마비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에 속한다. 현재까지 치료법은 물론, 발병 기전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환우들의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션은 루게릭 요양병원을 설립한 것에 대해 “승일이가 22년 동안 꿈꿔왔던 병원인데 완공된 걸 못 보고 하늘나라로 가서 매우 아쉽다”면서도 “앞으로 우리 병원을 보고 세계 곳곳에 이런 병원들이 세워질 수 있도록 관심과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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