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씨가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 사건에서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 1심 재판부가 김 씨를 ‘공동정범’으로 판단하면서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같은 의혹을 두고 기존 무죄 판결과 다른 법리 판단이 제시된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씨,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사이에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둘러싼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1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추징금 1,396만 3,600원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명태균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법정 구속됐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김 씨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특검이 공소사실로 제시한 여론조사 58건 가운데 14건만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해당 범행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씨, 명 씨가 함께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 사람 사이에 여론조사 제공과 관련한 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와 여론조사와 선거 판세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뒤 관련 내용을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윤 전 대통령은 이를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봤다. 또한 김 씨가 단순히 대선 후보 배우자 역할에 머문 것이 아니라 명 씨와 직접 만나 논의하고 윤 전 대통령을 연결하는 등 범행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 씨가 범행에 이르는 핵심적인 경과를 조종하거나 촉진하는 등 범행을 지배했다고 판단하며 공동정범으로서 책임을 인정했다. 이는 앞서 김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1·2심 재판부의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대목이다.
기존 김 씨 사건 1·2심은 김 씨가 명 씨에게 먼저 여론조사를 요구하거나 의뢰한 자료가 없고 계약서 등 객관적인 증거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명 씨의 일방적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김 씨가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다른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정치활동을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공동정범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씨의 정치활동 여부와 별개로 범행에 공동으로 가담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인정된 여론조사 가운데 일부는 실제 윤 전 대통령을 위해 실시됐지만 외부에는 독립적인 조사기관이 수행한 객관적인 조사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지적했다. 비공표 조사 3건은 표본을 허위로 부풀리는 방식 등이 사용돼 윤 전 대통령 지지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같은 여론조사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유권자와 당내 정치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고 최종 경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윤 전 대통령 측은 형사재판의 기본원칙에 비춰 중대한 법리적 문제가 있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검 측도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일한 의혹을 두고 김 씨 사건과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서로 다른 법리 판단이 나온 만큼 향후 항소심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법조계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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