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룸살롱 접대 의혹’을 받아온 지귀연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가 결국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게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 부장판사가 변호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기준을 넘어선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술 접대와 지 부장판사의 직무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뇌물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 이어진 수사는 사건 배당 473일 만에 기소로 마무리됐다.
공수처 수사3부는 4일 지 부장판사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지 부장판사는 2023년 8월께 변호사 2명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예약제 주점을 방문해 409만 원 상당의 술값을 이들이 결제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비용을 참석자 3명이 동일하게 나눴다고 계산하면 지 부장판사가 받은 향응은 약 136만 원에 해당한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동일인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 또는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 대상이 된다. 공수처는 이에 따라 2023년 8월 술자리와 관련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향응을 제공한 사람들이 변호사였던 만큼 재판 관련 편의 제공 등을 목적으로 한 청탁이나 대가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접대가 이뤄진 당시 지 부장판사가 담당하던 재판부에는 해당 변호사들이 수임한 사건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는 이를 근거로 뇌물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과거 재판과의 연관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공수처는 지 부장판사가 2013년 수원지법 민사합의부에서 근무할 당시 술자리 일행 중 한 변호사가 맡은 1심 패소 사건의 항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해당 판결과 술 접대 사이에는 약 10년의 시간 차가 있었고 사건의 소가 등을 고려하면 과거 직무에 대한 대가로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또 다른 술자리도 확인됐다. 공수처는 사진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2024년 9월 지 부장판사를 포함한 5명이 같은 주점을 찾아 약 416만 원을 결제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경우 한 사람당 향응액은 약 83만 원으로 계산됐다. 청탁금지법상 형사처벌 기준인 100만 원을 넘지 않았고 직무 관련성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지 부장판사를 둘러싼 접대 의혹은 지난해 5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강남의 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재판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고 있었다.
지 부장판사는 같은 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바 있다. 이후 검찰이 즉시항고 하지 않고 석방을 지휘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구속된 지 52일 만에 풀려났다.
의혹이 확산하자 시민단체들은 지 부장판사를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5월 19일 사건을 수사3부에 배당했다. 지 부장판사는 이후 법정에서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이 아니고 그런 데 가서 접대받는 건 생각해 본 적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지 부장판사의 택시 호출 기록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주점 업주와 참고인들로부터 금융거래 내역과 방문·결제 자료 등을 임의제출 방식으로 확보했고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지 부장판사와 향응 제공자 등을 차례로 조사했다. 지 부장판사는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하며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수처는 수사심의위원회와 추가 법리 검토를 거쳐 지 부장판사를 재판에 넘기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이 배당된 지 473일 만이다. 뇌물수수 등 나머지 혐의는 불기소했지만 2023년 8월 술자리에서 약 136만 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은 부분에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장기간 이어졌던 ‘룸살롱 접대 의혹’이 실제 기소로 이어지면서 향후 법원이 해당 술자리와 향응 수수 혐의를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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