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다른 길에 몰렸다는 평가까지 나왔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측이 법원 판결로 뜻밖의 반전 계기를 맞게 됐다. 최근 법원이 방통위 ‘2인 체제’ 의결에 잇따라 위법 판단을 내렸던 흐름과 달리 이번에는 KBS 감사 임명 의결이 적법하다고 판단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방송계와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역전승에 가까운 결과”라는 반응까지 나오며 향후 관련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15일 박찬욱 KBS 감사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KBS 신임 감사 임명 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당시 방통위의 의결 방식이 법적 정족수 요건을 충족했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된 결정은 지난해 2월 이뤄졌다. 당시 방통위는 이진숙 당시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만 재직 중인 ‘2인 체제’ 상태에서 KBS 보도국장 출신 정지환 씨를 신임 KBS 감사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방통위는 법상 5인 합의제 기구지만 당시에는 대통령 추천 몫인 2명만 남아 있었다. 이에 박찬욱 감사 측은 “5인 합의제 기관이 사실상 2명만으로 주요 안건을 처리한 것은 위법”이라며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앞서 법원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이후 “방통위 의결 절차와 방송 독립성 문제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라며 집행정지를 인용했다. 이후 대법원도 이를 확정하면서 정지환 씨는 본안 판결 전까지 감사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고 박찬욱 감사는 직무에 복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본안 판결에서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위원 2인 전원이 출석하고 찬성한 만큼 의결 정족수 요건은 충족된다”라고 밝혔다.

또 “방통위법상 재적 위원은 의결 시점 실제 재직 중인 위원을 의미한다”라며 “일부 위원이 임명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방통위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의결이 가능하도록 한 취지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절차적 문제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KBS 이사회를 위법하게 구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감사 임명 절차 역시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정지환 씨 자격 논란에 대해서도 법원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거 KBS 징계 전력이 있지만 방송법상 결격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비서실장과 대외정책실장, 보도국장 등을 역임한 경력을 고려할 때 자질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송 자유 보장을 위해 독립 합의제 기관을 둔 취지를 고려하면 사법부가 특정 성향이나 자질 문제만으로 방통위 의결을 취소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최근 이어졌던 다른 판결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앞서 신동호 EBS 사장 임명 처분에 대해서는 위법 판단을 내렸고, KBS 신임 이사 추천 의결 역시 “2인 체제 의결은 위법하다”며 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정치권과 방송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두고 향후 방통위 2인 체제 의결 관련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동일한 2인 체제 상황에서도 사안별 판단 기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추가 법적 공방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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