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조용히 SNS를 통해 지난 정치 인생에 대한 깊은 회한을 내비쳤다. 어떤 선택을 하든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현실에 씁쓸함을 토로하며 “다시 태어난다면 정치가 아닌 갈등 없는 길을 택하겠다”라고 밝혔다.
정치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이후 올린 이번 메시지는 많은 것을 내려놓은 듯한 고백으로 읽힌다.
홍 전 시장은 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53년 전 고려대 법대가 아니라 경북대 의대, 또는 육사를 택했다면 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라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을 전했다.
그는 “정치권에 들어온 죄로 늙어가면서까지 반대 진영으로부터 무얼 해도 욕먹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라며 공개적으로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고향이 경남 창녕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육사를 갔다면, 합천 출신 전두환의 부하로 하나회에 들어가 우쭐하다가 내란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경북대 의대를 갔다면 시골 한적한 곳에서 의사로 늙어갔을 것”이라며 정치인이 아닌 삶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홍 전 시장은 “갈등 많은 곳만 찾아다닌 죄로 늘 반대편의 비난을 감당하며 세월을 보내왔다”라며 “다시 태어난다면 역사학자로 살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학에 진학한다면 사학과를 택할 것”이라고 밝혀, 현재 자신의 길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와 후회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또 “2026학년도 수능을 앞둔 청년들이 평생을 좌우할 진로 결정을 앞두고 있다”라며 “보다 신중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라고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정치와 검찰, 고된 사회생활을 지나온 경험에서 나온 조용한 메시지였다.
홍 전 시장의 이 같은 ‘정치 회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4년 4월 총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도 그는 “이과 출신인 내가 의대를 지망하다가 본고사 한 달 전 법대로 진로를 바꿨다”라며 “그때 의대로 갔으면 지금보다 훨씬 갈등 없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며 유사한 후회를 전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1971년 10월 육군사관학교에 특차로 합격했지만, 입학을 포기했다. 당시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부모님의 기대는 의대 진학이었지만, 그는 부친이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고 ‘검사가 되어야겠다’라는 다짐을 했다고 전해진다. 담임교사의 반대를 설득해 법대 진학 원서를 제출했고 본고사 끝에 고려대 법대에 입학하며 그의 이력은 시작됐다.
이후 검찰에서 중수부장을 거쳐 1996년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자유한국당 대표, 대선 후보, 대구시장 등 중량급 보수 정치인으로 자리 잡았지만 끊임없는 논쟁의 중심에 서야 했다.
최근까지도 보수 진영 내에서 이재명 정부와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를 비판하며 고립된 듯한 위치에 있었던 만큼 이번 메시지는 그가 겪은 정치적 피로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홍 전 시장의 메시지가 2026년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 여부를 고심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그러나 이번 글의 정서는 정치적 계산보다 “조용히 살아도 반대편의 욕을 먹는다”는 회한에 가깝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