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많은 일화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기업인의 덕목이 있다면 바로 ‘검소함’이다. 그 중심에는 현대그룹 창업자 故 정주영 회장이 있다. 정 회장의 검소함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서 경영 철학이었다. 그의 철학은 회사 사훈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현대건설의 사훈은 ‘검소’다.
실제로 이라크 현장 방문 당시 직원들이 깐 카펫을 본 정 회장은 단호하게 철거를 지시했다. 당시 그는“사치가 들어오면 부패가 시작된다”라고 일갈하며 그런 현장이 잘되는 법 없다고 호통쳤다.
또한 그는 오랫동안 한 켤레의 구두를 애용하며 뒷굽이 닳으면 직접 고무창에 징을 박아 수리했고 와이셔츠가 닳으면 여비서를 통해 남대문 시장에서 수선해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회장실의 철제 캐비닛도 20년을 넘게 쓰며 녹이 슬어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부인 변중석 여사가 보기 흉하다며 나무무늬 캐비닛으로 교체했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직원들은 회장이 알면 화낼 걸 알기에 기존 캐비닛을 버리지 않고 옆방에 숨겨뒀다. 결국 출장에서 돌아온 정 회장은 ‘즉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변 여사가 바꿨다는 말에도 요지부동이었다.
밑바닥 노동자 출신으로 재계 정상에 오른 정 회장은 직원들을 ‘동지’라 부르며 현장과 함께 호흡하는 경영 철학을 실천해 왔다. 관리자보다 현장 근로자를 더 높이 평가한 발언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우리나라는 근로자는 100점인데 관리자와 기술자는 50점 이하”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삶과 경영 철학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현대그룹이 추구하는 조직 문화와 근로자 존중의 가치로 이어졌다. 검소함과 현장 중심 경영, 그리고 직원과의 동반자적 소통은 오늘날 현대그룹이 견고하게 자리 잡는 데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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