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를 모텔에 고립시켜 세뇌하는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까지 범죄자로 오인해 협조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수사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11일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한 남성이 “여자 친구가 금융감독원과 통화 중이며 모텔에서 이틀째 나오지 않는다”라며 보이스 피싱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모텔 안 20대 여성과 접촉했고 그녀가 메모를 따라 움직이는 등 ‘지령’ 형태의 행동을 하는 점에서 사기 가능성을 확신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여성이 경찰을 오히려 의심하며 “무슨 권한으로 내 폰을 보느냐”라며 반발한 것이다. 실제로 그녀는 보이스피싱범의 지속적인 통제 아래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었다.

경찰의 설득 끝에 여성은 결국 가짜 수사 서류와 휴대폰을 제출했는데 휴대폰에는 악성 앱이 무려 3개나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금감원 김민형 과장이 직접 만나주기로 했다”라며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경찰은 해당 수사 서류를 대검찰청의 보이스피싱 감별 콜센터 ‘찐센터’에 보내 가짜라는 확인을 받은 후에야 여성의 경계를 해제할 수 있었다. 설득 시간만 40분이 넘게 걸렸다.
최근 이 같은 수법은 피해자 고립, 가짜 수사관 접근, 공기계 위장용 휴대폰 조작 등으로 구조화돼 있어 일반 시민은 물론 경찰까지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경찰은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전화를 끊고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대검찰청 ‘찐센터’에 서류를 보내 진위를 반드시 확인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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