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유명한 브라질
한때 자동차도 만들었다?
그 시도와 실패의 과정
‘브라질’ 하면 떠오르는 것들, 어떤 게 있을까? 축구나 삼바를 꼽는 이들은 있겠지만 자동차를 먼저 꼽지는 않을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에는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는 있어도 완성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없다.
하지만 한때 자국산 차를 만들어보자는 야심 찬 프로젝트가 실행된 적이 있었다. 그것도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 로터스와의 합작으로 말이다. 비록 처참한 실패로 끝났으며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독특한 외모로 인해 한 번씩 회자되곤 한다.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디자인부터 표절 논란
때는 199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브라질의 몇몇 사업가들은 자국 최초의 완성차 제조사 메가스타 베이쿨로스(Megastar Veículos. 이하 메가스타)를 설립했다. 스위스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 탄생한 해당 기업은 스쿠터에 이어 중형 세단 Emme(에메)의 개발을 시도했다. 보급형부터 중형, 고성능까지 다양한 라인업이 기획됐으며, 고성능 모델 422T는 BMW M5, 벤츠 E55 AMG 등 당대의 고성능 세단을 겨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일하게 실물이 공개된 모델은 1997년 상파울루 모터쇼에서 선보인 Emme 422T였다.
부품의 87%를 국산화했다고 강조했지만 공개되자마자 디자인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공개 시점으로부터 5년 전인 1992년 볼보가 선보였던 ECC 콘셉트카와 닮았다는 이유였다. 볼보는 Emme 시리즈와 아무 관련이 없었으며, 당연히 메가스타는 볼보로부터 디자인 라이센스를 획득하지 않았다. 심지어 독자적으로 디자인한 전면부는 고급스러움보다는 난해함에 가까운 이미지로 혹평이 쏟아졌다.
혁신적인 신소재 적용
엔진은 로터스가 공급
나름 혁신적인 부분도 있었다. Emme에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벡스트림(Vextrim)’이라는 복합 플라스틱 차체 패널이 적용됐다. 제조사에 따르면 벡스트림은 강철보다 가볍지만 훨씬 단단해 방탄까지 가능하며, 녹슬지 않고 완전 재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설명에 불과했고 그 성능이 증명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섀시는 옛날 방식으로 아연 도금된 강철 소재를 사용하는 바람에 경량화의 의미도 없었다.
에어백, ABS 등의 안전 사양이 일절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공차 중량이 1.6톤에 달했다.
그나마 자랑할 만한 점은 로터스로부터 공급받은 엔진이었다. 고성능 모델인 422T에는 2.2L 직렬 4기통 DOHC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280마력, 최대 토크 37.4kgf.m를 발휘했다. 당시 포드 머스탱 V8 사양에도 탑재되던 보그워너사 5단 수동변속기가 후륜으로 동력을 전달했다. 덕분에 0~100km/h 가속 5초, 최고 속도 270km/h로 당시 나름 고성능이라고 할 수 있는 성능을 냈다.
성과는 예상대로 처참
결국 파산한 메가스타
메가스타는 Emme T422 공개 후 몇 주 만에 생산에 착수했다. 프로토타입으로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몬테카를로까지의 테스트 주행을 마쳐 자신감이 넘쳐났고 미국, 유럽에서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수 시장에서 출고된 1호 차부터 품질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저렴한 재료가 적용된 데다가 패널 단차는 초창기 테슬라만큼 심각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 건 디자인과 부족한 안전 기능, 그럼에도 BMW M5 수준으로 비싼 가격이었다. 결국 Emme는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단종을 맞았다.
1억 6,200만 달러(약 2,160억 원)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해 1999년 메가스타의 모든 프로젝트가 취소됐다. 결국 회사는 파산에 이르게 된다. 그전까지 몇 대의 Emme가 생산됐는지 정확한 정보는 없으나 업계는 최대 15대 정도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중 5대는 중급 트림인 420T, 나머지는 422T인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에서 가장 큰 실패작 중 하나로 꼽히는 해당 모델은 로터스 엠블럼을 단 가장 이상한 자동차로도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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