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촌 ‘조망권’의 영향 커져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작용
부자 몰리면서 학군지 탈바꿈
최근 서울 강북 지역의 재개발 최대어로 꼽히는 ‘한남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15년 만에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부촌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던 ‘학군’이 아닌 ‘조망권’이 주요 선택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전문가들은 입지, 교통, 녹지, 학군 등으로 거론되던 부촌 공식을 뛰어넘어 조망과 입지를 두루 갖춘 한강 변 황금벨트,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재건축·재개발 지역, 누구나 진입할 수 없는 가격 장벽 등이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는 한강변의 아이코닉한 주거단지가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촌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다. 이에 대해 고종완 한국 자산관리 연구원장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용산, 성수, 강남 단지 모두 한강 변에 자리 잡고 있어 강력한 희소성이 있다”라며 “과거 대치동·목동 등 학군지가 집값의 척도였다면 최근엔 넓고 화려한 건물은 기본이고, 조망권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한, 최근에는 초고소득 부자들이 전통 부촌으로 꼽는 용산 흐름도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근 집값 상승의 여파로 서울 서초·강남 등이 주목받고 있으나,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등 초고가 단지뿐 아니라 호화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부촌을 찾는 움직임 역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강 변을 끼고 럭셔리 아파트를 짓는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추진됨에 따라 강남권 부자들의 ‘용산 대이동’이 본격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하여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재건축 연한이 도래하면서‘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감도 부촌의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입지 가치를 결정하는 3가지 요소는 ‘직주근접’, ‘인문환경’, ‘주거 쾌적성’으로 확인됐다. 이 중 ‘주거 쾌적성’은 최근 직주근접이나 인문환경 대비 부동산 수요자들의 높은 선택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 쾌적성에 크게 작용하는 것은 조망권이다. 조망권의 경우 비슷한 조건을 갖춘 지역 내에서는 프리미엄에 날개를 달아주는 플러스알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고급 주거지역일수록 남향에 대한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점 역시 주목해야 한다.
이는 남향 선호도가 낮아질수록 조망권의 가치가 집의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기반으로 조망권 가치가 높은 유망 투자처로 서울 한강 변이 꼽히는 것 역시 부촌으로 인식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한강 변의 아파트 중 같은 단지 내 같은 라인의 저층 비조망 세대와 고층 조망 세대 간에 1.5배 가까이 시세가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아크로리버뷰신반포 전용 78㎡의 경우, 저층이 34억 6,000만 원에 매매가가 형성된 것과 달리 고층의 경우 45억 원 선에 매매가가 형성됐다. 더하여 서울 송파구 레이크팰리스 전용 135㎡의 경우 석촌호수 조망이 영구적으로 가능해 37억 원까지 매물이 나왔으나, 저층의 경우 30억 원대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조망권이 아파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뚜렷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학군보다 조망권이 미치는 영향이 커진 것에 대해 “삶의 여유와 휴식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뛰어난 조망권을 가진 단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라며 “단지 내 쾌적한 생활환경뿐만 아니라, 아파트 가치 상승에도 크게 기여하는 요소로 평가받기 때문에 향후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편, 학군의 경우 이전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우수한 교육 환경은 부촌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부자들이 모여 살면서 학군지가 아니었던 지역에 학군이 조성되는 등의 일도 벌어진다.
일례로 재건축 사업을 통해 명실공히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으로 자리 잡은 ‘서초구 반포동’이 대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포동은 대치동 핵심 학원들에 고소득층이 몰려 있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젊은 부모들을 타깃으로 옮겨오는 등 신흥 학군지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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