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높이 제한
일조권, 조망권 문제
용적률 건폐율 균형 필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 정도면 집이 아니라 닭장 아니냐”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며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글은 국내에 지어진 일부 아파트의 초고밀도 구조를 지적하며 “사람이 살기 좋은 공간이 아닌 철저히 수익성만 고려한 구조”라고 비판했다.
특히 용적률이 599%로, 600%에 가까운 아파트 단지들이 실명으로 언급되며 논란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다.
해당 아파트는 2016년 준공한 아파트단지로, 최고층 19층에 10개 동으로 구성됐다. 특히 초고층은 아니지만 용적률 599%, 건폐율 55%로 동 간 간격이 좁고 빽빽하다. 현재 시세는 3.3㎡당 약 4,500만 원으로 10개 동 아파트 바깥쪽을 오피스텔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2016년 입주 시작하던 시기에 이 단지는 거대한 외벽에 창문이 빡빡하게 몰려 있어 건물 외관이 ‘교도소’ 같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특히 대로변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오피스텔 외벽은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어 90년대 홍콩 영화에 나오는 닭장 아파트를 연상하게 한다.
인근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이 단지가 유독 갑갑하게 느껴지는 원인으로 높은 용적률과 함께 잠실 일대 ‘건물 높이 제한’이 적용된 점을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자는 “용적률은 높은데 공항 때문에 높이 제한을 받아 단지가 눌려 있다”라고 했다.
송파구 문정동은 성남 비행장 영향권이라 비행 고도 제한이 있다. 대개 용적률이 높다고 하면 고층 아파트를 떠올리지만 송파 파크하비오 푸르지오의 경우 최고층은 19층이다.
이 단지는 높은 용적률을 적용받았지만 높이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 옆으로 더 빽빽하게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공원 전망으로 불리는 조망권의 101동, 103동의 경우에도 넓고 빼곡하게 퍼진 아파트 외벽으로 건너편 가든파이브 네온사인이 들어와 커튼을 치고 생활 해야 하는 점이 불편하다고 전했다.
이 단지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문정건영아파트는 용적률 254%, 건폐율이 22%다. 동 간 거리에서 여유를 보인다. 8호선 문정역 인근에 있는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용적률은 194%, 건폐율이 15%로 동 간 거리가 넓다.
통상적으로 용적률이 높고 건물 간 거리가 좁으면 일조권과 조망권을 해치고, 사생활 침해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사업 수익성이 커지기 때문에 재건축 현장에서는 용적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이 득이다. 재건축 재개발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동네일수록 낡았던 동네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또한 높은 용적률의 새 아파트가 들어선 청량리역이 대표적이다. 청량리역은 실용적인 구조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기 있는 ‘한양수자인 그라시엘’이 들어서면서 서울 동북권 핵심 주거지 자리를 꿰찼다. 용적률은 580%이고 현재 시세는 3.3㎡당 약 1,625만 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신축 아파트를 지을 때 용적률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철저하게 건폐율을 낮춰 동 간 간격을 확보하고 고도에 대한 여유를 마련해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반 주거지역에 있는 아파트는 원래 용적률 제한이 있지만 주상복합의 경우 그 제한이 약하다”라며 “용적률을 높이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건폐율, 층고 등을 다 감안해 단지 경관, 일조량을 다 확인해서 단지 내부에 쾌적성 유지는 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양 수자인 그라시엘’의 지나치게 밀집된 주거 환경이 주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 밖에도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도 나면 재난 상황에 대피가 어려운 점, 바람이 초고층 건물 사이를 지날 때 풍속이 빨라지는 빌딩풍 현상이 발생하면서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자동차가 뒤집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용적률을 올리는 것이 무조건 좋다는 식의 사고는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주택 품질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용적률을 높인다면 1기 신도시를 비롯해 서울 등지에서도 ‘홍콩식 닭장 아파트’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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