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에서 명태균 씨와 사업가 김한정 씨의 통화 녹음파일이 탄핵증거로 채택되면서 해당 녹음을 둘러싼 공방이 다시 커지고 있다. 오 시장 측은 녹음 내용이 자신들의 무죄 논리를 뒷받침한다고 보고 있지만 명 씨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해당 통화를 근거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해석하는 것은 전체 맥락과 맞지 않는다는 게 명 씨의 설명이다.
명 씨는 지난달 30일 오 시장의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7부에 진술서를 냈다. 진술서에는 “통화 내용을 근거로 오 시장이 여론조사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통화 시점과 전체 맥락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쟁점이 된 자료는 2021년 3월 오 시장의 오랜 후원자인 김 씨와 명 씨 사이에서 오간 통화 녹음파일이다. 앞서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따져보기 위한 자료로 해당 녹음을 탄핵증거에 포함시켰다.
통화에서 명 씨는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십 원짜리 한번 받았냐”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 측은 이 발언을 근거로 김 씨가 오 시장과 별개로 판단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취지의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명 씨는 통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봤다. 그는 “해당 통화 내용은 당내 경선용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논의한 대화가 아니라, 오세훈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된 직후 (안철수 당시 후보와) 추진된 야권 단일화 전략의 구체적 경위와 실행 과정을 주고받은 대화”라는 내용을 진술서를 통해 제시했다.

‘오세훈이는 잘 몰라요’라는 표현의 의미를 두고도 별도의 설명을 내놓았다. 명 씨는 “‘오세훈이는 잘 몰라요’라는 발언은 명 씨가 기획한 복잡한 단일화 전략과 그 세부적인 진행 상황을 오세훈 후보 본인이 소소히 보고받거나 파악하고 있지 않았다는 뜻”이라며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 자체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시장 측이 녹음파일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반박을 이어갔다. 명 씨가 진술서에서 제시한 입장은 “이를 근거로 오세훈 후보가 여론조사 자체를 몰랐다거나 김한정이 오세훈 후보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명백한 오독”이라는 내용이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서 10차례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오랜 후원자인 김 씨가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부담하도록 했다는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 씨에게 의뢰했고 김 씨가 이 가운데 2,100만 원을 대신 낸 사실이 인정됐다. 이에 따라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이 부과됐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 동안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 이미 공직을 맡고 있는 경우에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항소심 절차는 오는 2일 결심 공판을 끝으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 해당 공판에서는 특검팀의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이 진행되며 이후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정하게 된다.
이번 항소심에서는 탄핵증거로 채택된 녹음파일의 의미가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오 시장 측은 해당 통화를 무죄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명 씨는 같은 녹음을 두고 전혀 다른 해석을 내세우고 있다. 같은 발언을 놓고 양측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린 만큼 결심 공판 이후 재판부가 해당 녹음의 의미를 어떻게 판단할지가 향후 재판의 주요 관심사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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