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경북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남긴 대형 산불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된 성묘객과 농민에게 법원이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인명과 재산 피해 규모만 놓고 보면 역대 최악 수준이었지만, 법원은 고의성이 부족하고 인명 피해와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실형을 유예했다. 사회적 분노와 달리 법적 책임이 제한적으로 인정된 결과에 여론의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16일 대구지법 의성지원 형사1단독 문혁 판사는 산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 씨(50대)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과수원 임차인 B 씨(60대)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은 두 사람 모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이보다 낮은 형량의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이 초래한 산림 피해의 정도는 매우 중대하다”라면서도 “당시 극심한 건조 상태와 강풍, 주변 산불과의 연쇄 확산 가능성까지 예견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사망자 등 인명 피해 결과와 피고인의 행위 간 직접적 인과관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결국 대형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행위자들이 실형을 피한 셈이다.
A 씨는 지난해 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 위치한 조부모 묘지를 정리하던 중 어린나무를 제거하기 위해 불을 놓았다가 인근 산으로 불이 번지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진 혐의를 받았다. 같은 날 B 씨는 의성군 안계면 용기리 과수원에서 영농 폐기물을 태우다 불씨를 제어하지 못해 산불을 낸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날 발생한 두 건의 실화는 안평면과 안계면 두 지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해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고, 인근 안동, 청송 등 4개 시군으로 번졌다. 산불은 일주일간 지속되며 사망 26명, 부상 31명 등 총 57명의 사상자를 냈고, 이재민만 3,500여 명에 달했다. 피해 면적은 9만 9,289헥타르로, 국내 산불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처럼 피해 규모와 사회적 충격은 컸지만, 법원은 실화 범죄의 특성과 현행 법체계에서의 한계를 근거로 실형 선고 대신 집행유예 처분을 내렸다. 산불을 일으킨 행위는 명백하나, ‘예견 가능성’과 ‘직접적 인과관계’ 부족이 법적 판단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편, 산불 이후 정부는 대형 화재 발생 시 형사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처럼 예견 가능성이나 인과관계 입증이 관건인 구조에서는 향후 유사 사건에서도 실형 선고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은 이후 ‘성묘 철 불사용 금지’ 캠페인을 강화하고 영농폐기물 소각 전 신고 의무화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조한 시기 실화로 인한 대형 산불 위험은 상존하고 있어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법 판단 기준에 대한 공론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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