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당시 주변에 건넸던 ‘대통령 탄핵’ 발언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당시 헌재의 심리 정족수 조항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을 두고 비판이 나오자 “대통령 탄핵소추라도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실제 두 달 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이뤄지면서 문 전 대행은 당시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헌법재판이 전면 중단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14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된 특강에서 나왔다. 문 전 대행이 되짚은 시점은 2024년 10월이다. 당시 국회의 후임 재판관 선출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재판관 3명의 퇴임까지 예정돼 헌재가 6인 체제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다.
헌재 운영을 가로막을 수 있었던 건 재판관 정족수 규정이었다. 헌법재판소법에는 사건을 심리하려면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하도록 돼 있었다. 재판관이 6명만 남는다면 이진숙 전 위원장 사건을 넘어 다른 헌법재판 절차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변화는 이 전 위원장 탄핵심판 과정에서 시작됐다. 당시 변론준비기일을 맡았던 문 전 대행이 정족수 규정을 거론하며 양측의 대응 방안을 확인했고 이후 이 전 위원장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전원일치로 이를 받아들여 해당 조항의 효력을 멈췄다.
하지만 당시 문 전 대행을 향해서는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그 상황을 떠올린 문 전 대행은 “한 유튜버가 ‘보수의 전사를 왜 재판받을 수 있게 힌트를 주냐, 이건 문형배 탄핵 사유’라고 하길래 주위 사람들에게 ‘대통령 탄핵소추라도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러냐’라고 말했었다”라고 당시 자신이 주변에 했던 말을 공개했다.
실제 상황은 두 달 뒤 크게 달라졌다. 문 전 대행은 “그런데 실제 두 달 뒤 12월 14일 대통령 탄핵소추가 들어왔다”라고 당시 상황과 이후 벌어진 일을 연결했다. 가처분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서도 자신의 판단을 내놨다. “당시 느낌상 재판관이 6명뿐이었는데, 효력정지를 해놓지 않았다면 평의나 준비 절차조차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라는 게 문 전 대행이 제시한 당시 상황이다.

결정을 내릴 때 특정 인물을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는 점에도 무게를 실었다. 문 전 대행은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로 접근했다면 헌재 스스로 손발이 묶였을 테지만, 헌법재판 중단은 곧 헌법의 중단을 의미하기에 장기적 관점에서 결단을 내렸던 것”이라며 당시 판단의 배경을 되짚었다.
강연 후반부에는 소수자 기본권 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동성 커플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사례로 꺼낸 문 전 대행은 사법부가 소수자의 권리 구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문 전 대행은 “소수자 이슈는 정치적 부담과 표 계산 때문에 국회가 먼저 길을 터주기 어렵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정치권보다 사법부가 먼저 판단해야 할 영역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해외 사례를 봐도 대부분 사법부에서 이를 해결한다. 표가 되지 않는 소수자 그룹의 기본권을 구제하는 것은 국가기관 중 사법부 본연의 의무이자 역할”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동성혼 문제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선을 그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단골 질문이 나오지만, 동성애는 찬반의 영역에 속하지 않으며 동성혼에 대해서는 엄연히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외에서도 생활동반자 관계를 거쳐 동성혼 단계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사실혼과 유사하게 건강보험이나 연금 혜택을 주는 ‘생활동반자 관계’ 정도는 허용해 주자는 것이 소신”이라며 생활동반자 관계에는 다른 견해를 내놨다.
지난해 4월 헌재에서 퇴임한 문 전 대행은 현재 카이스트(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강연에서 과거 이진숙 전 위원장 탄핵심판 당시 선택을 다시 언급한 가운데 당시 가처분이 없었다면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헌재의 평의와 준비 절차마저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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